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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대주주社 잇단 상장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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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이 대주주인 상장.등록기업이 잇따라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미은행에 이어 지난 16일에는 극동전선과 넥상스코리아가 자발적 상장 폐지를 위해 공개 매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프랑스계 넥상스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극동전선은 주당 2만5000원, 넥상스코리아는 2000원에 일반 주주들의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 공개 매수 가격은 15일 종가에 비해 각각 34.4%, 33.8% 비싼 수준이어서 두 종목은 17일 모두 상한가까지 올랐다.

넥상스는 세계적인 케이블.전선제품 생산업체로 2001년 3월 넥상스코리아(옛 대성전선) 지분 50%+1주를 획득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극동전선 지분 50.3%를 인수했다.

거래소에서는 1994년 나이키가 삼라스포츠를 인수한 뒤 처음으로 상장 폐지했으며, 이후 쌍용제지.한국안전유리.대한알미늄.송원칼라.극동건설 등이 외국계 대주주의 희망에 따라 잇따라 증시를 떠났다.

◇왜 하나=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낮아 굳이 상장을 유지할 유인이 없거나 지분을 단순화해 매각이나 청산 등을 쉽게 하려는 게 상장 폐지의 이유다.

박상용 한국증권연구원 원장은 "빠른 속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원하는 외국계 대주주 입장에서는 각종 공시 및 주주총회 등 상장기업이 지켜야 하는 의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외국계 대주주들의 상장 폐지는 시장 확대나 부품 조달, 기술확보 등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을 인수했던 전략적 투자자들이 많이 시도했다. 대주주 기업과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단일화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투자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대형 사모투자펀드들이 원활한 인수.합병(M&A)이나 기업 분할매각.청산 등을 쉽게 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철회하는 경우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나올까=전문가들은 외국계 대주주 지분이 40% 이상 되는 기업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공개매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17일 현재 거래소 상장기업 가운데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외국인 최대주주 지분이 40%를 넘는 기업은 국도화학.대동.덕양산업.브릿지증권.삼아알미늄.영보화학.일성건설.한국고덴시.한국쉘석유.한국외환은행.한국유리공업.한국전기초자.KEC .S-Oil 등이다.

코스닥에서는 피케이엘.옥션.엠케이전자.덴소풍성.니트젠테크놀러지스.울트라건설.디브이에스코리아.로체시스템즈.한솔상호저축은행.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 등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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