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다시금 반집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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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10보 (175~199)]
白.金主鎬 4단 黑.安達勳 5단

김주호4단은 묵직하고 신중해 보인다. 동작도 느린 듯해서 그리 위험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김주호가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로 푹 파고들자 조용하던 대국장이 아연 긴장한다. 김4단은 은밀하게 땅굴을 파며 오래 전부터 이 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안달훈5단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젊은 신사다. 승부에 그리 악착같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 안달훈이 175로 눌러가면서(어쨌든 이 수뿐이다) 입술를 꽉 깨물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승부를 뒤집어 놓았는데 이런 강수가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178로 젖혀 수가 났다. 179는 절대.'참고도'흑1로 두는 것은 백2로 달린 뒤 4로 두기만 해도 A와 B를 맞봐 어떻게든 수가 난다. 그보다는 실전의 진행이 흑으로선 위험부담이 작다. 189(?)까지의 외길수순으로 사활문제는 패로 낙착을 봤다.

백의 유일한 팻감은 하변 190의 곳. 이곳엔 두개의 팻감이 있다. 따라서 흑이 패를 이기려면 세개의 팻감이 있어야 하는데 상변만한 팻감은 눈을 씻고봐도 안 보인다. 결국 안5단은 만패불청하고 191 따냈고 백도 192로 두점을 잡으며 죽었던 석점이 생환했다.

하변의 손실은 20집이 강하다. 상변에서 백이 보태준 것도 상당하지만 20집엔 어림없어 보인다. 흑이 선수를 잡아 반상 최대의 195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하다. 흑 유리의 바둑은 다시금 혼미해졌다. 반집이 얽힌 미세한 승부라고 하는데 과연 누가 반집을 이길지는 안개 속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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