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에도 여자가 운전할수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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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에서도 여자가 운전을 할 수 있나요?" 프레스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인 아고스티니군의 질문은 좀 엉뚱했다.

한국에서 반정부시위를 벌이거나 여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는 사형감 아니냐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에도 정당이 있느냐" 고 물어 한국 기자들의 맥을 풀어 놓기도 한다.

기자들은 "뭐 이런 녀석이 있느냐" 며 열을 받았었다.

그러나 며칠후 이 친구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웃고 말았다.

아고스티니군은 아마도 한국을 아랍의 회교원리국가쯤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하도 시위가 잦고 전직 대통령이 형무소생활을 하는 보도를 자주 접하다 보니 한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렇게 형성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입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시칠리아 사람들은 정말 너무나 모르는 것같다.

대학생이 이정도니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한국으로서는 유니버시아드가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의 본모습을 알리고 이해를 깊게 할수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저마다 자국 홍보물을 한주먹씩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선심을 쓰고 자기 나라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반면 한국 선수단은 이런 노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선수들은 함께 경기하는 선수들과도 일절 대화가 없고 경기가 없는 날은 숙소에 박혀 있거나 쇼핑에 나서는 것이 고작이다.

메달만 따내고 철수하는 것만이 유니버시아드 참가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가져가는 금메달 수만큼 남기는 무엇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도 이젠 '메달 따는 기계' 에서 어엿한 세계대학촌의 시민으로 탈바꿈할 때가 된것같다.

카타니아 (이탈리아)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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