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이 낳는 ‘애국자’를 늘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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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이 낳는 것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저출산 사태는 심각하다. 반짝 상승했던 출산율이 지난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1.19명으로 떨어졌다. 경제가 안 좋은 올해는 1명 밑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미 세계 최저인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와 맞물려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일손이 달리고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 소비·저축·투자가 위축되고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의 재정 부담도 가중된다. 그 결과 경제 성장이 위축되고 사회 활력이 떨어지는 국가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 각국이 저출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우리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도입했다. 출산 전 검사비용과 보육료를 지원하고 육아휴직 제도를 활성화했다. 다자녀 가정엔 소득공제 혜택을 더 주고, 국민연금도 더 많이 지급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 집 마련 때도 파격적인 혜택을 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출산율 제고에 얼마나 효과를 낼진 미지수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둘째·셋째보다 첫째 아이의 출생 감소폭이 훨씬 컸다. 20, 30대 젊은이들이 결혼과 임신·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일로라서다. 어떻게 하면 이런 추세를 되돌릴 수 있을까. 복지부는 화끈하게 돈을 쏟아붓는 프랑스식 해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 거의 국가가 키워주는 체제다.

그러자면 연간 19조원 정도가 필요하다는데 그런 막대한 예산을 마련할 방도가 막막하다. 아쉬운 대로 그간 맞벌이 부부들이 절실하게 요구해온 대책부터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해야 한다. 유아기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좋고 저렴한 보육시설이 충분히 공급되고, 취학 자녀를 퇴근 시간까지 돌봐줄 방과 후 프로그램이 각급 학교에서 운영되기만 해도 부모들의 짐이 크게 줄 것이다. ‘애국자’를 늘리자면 이런 기본적 시스템부터 갖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