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언론 對北보도, 美化서 경제난.생활실태 집중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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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일교포 북송사업은 일본 언론의 경쟁적인 찬양보도에 의해 '지고의 선 (善)' 으로 미화됐다.

그러나 38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북송사업을 칭송하는 기사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과 북송자들의 비참한 생활실태를 부각시킨 비판적인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의 대북 (對北) 보도는 1백80도 선회했다.

가장 친북적인 성향이었던 아사히 (朝日) 신문은 북송자 9백75명을 태운 첫 북송선이 니가타 (新潟) 항을 떠나던 59년 12월14일 "자유권에서 공산권으로 가는 최초의 집단대이주 '북조선귀환문제' 는 11개월간의 곡절끝에 마침내 '결실' 을 보게됐다" 고 대서특필했다.

이어 그달 25일에는 북송자를 따라 들어간 아사히신문 특파원이 청진발로 '돌진하는 말, 북조선' 이란 르포를 보내왔다.

이 기사는 북한의 경제재건운동인 '천리마운동' 을 극찬하는 내용이었다.

요미우리 (讀賣).마이니치 (每日) 신문등 다른 일간지들도 북송사업을 칭송하기는 마찬가지. 요미우리 특파원도 '평양, 두드러지는 부흥. 귀환자에게 마음쓰는 수상 (25일자)' '북한의 실상, 마을마다 늘어나는 문화주택 (26일자)'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잇따라 송고했다.

일본언론의 논조 변화는 일본인처 (妻) 문제를 다룬 최근의 보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22일 베이징 (北京)에서 열린 일본.북한 심의관급 예비회담에서 일본인처 일시귀국 문제가 타결된 후에도 요미우리는 '북한의 성실한 대응을 촉구한다' 는 사설 (24일자) 을 통해 "이번 합의 (일본인처 일시귀국 실현) 로 일본국민의 북한에 대한 의혹이 불식된 것은 아니다" 며 북한에 대해 불신감을 표시했다.

일본언론의 북송사업에 대한 시각은 60년대초부터 비참한 생활상을 담은 북송자들의 편지가 일본의 친인척들에게 전달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대한항공기 폭파사건.랑군 (현 양곤) 테러사건등 북한이 저지른 일련의 사건과 남북한의 경제력 역전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일본언론이 북송사업을 미화한데 대한 자기반성은 아직도 없다.

도쿄 = 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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