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 대외채무 정부보증 지급불능상태 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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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25일 정부가 밝힌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에 대한 정부보증 조치는 해당금융기관이 부도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로 제한될 전망이다.

국내 은행이나 종금사들이 새로 외자를 들여오거나 기존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등에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대책이 발표된 이후 이미 홍콩등 국제금융시장에선 국내 종금사들에 정부의 지급보증서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재정경제원은 27일 "정부가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상환에 대해 충분한 보장을 하겠다는 발표는 특정금융기관이 대외채무 지급불능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뜻하는 것" 이라며 "현재로선 신규차입이나 기존차입분에 대해 지급보증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 고 밝혔다.

재경원은 만일 실제로 국내 금융기관이 지급불능상황에 빠지게되는 경우 반드시 국회동의를 거쳐 보증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방침과는 달리 홍콩을 비롯한 주요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부 외국금융기관들이 벌써 정부 보증서를 요구하고 나서 국내 금융기관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A종금 관계자는 "홍콩의 금융기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현재 수속중인 차입계약에 한국정부의 보증서를 첨부해주면 좋겠다' 는 뜻을 알려왔다" 고 말했다.

외국은행들도 거래관계에 있는 한국계 은행에게 정부보증의 실질적인 형식과 내용에 대해 문의전화를 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종금업계는 정부의 보증지원이 이처럼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경우 실효성이 약하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B종금사 국제금융담당부장은 "정부가 보증을 서주겠다는 구두 (口頭) 발표만으로 외국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선 (線) 은 이미 넘어섰다" 며 "실질적인 보증행위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대외신뢰도만 떨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고 말했다.

남윤호.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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