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공위성 쏜다지만…북극 쪽은 중국, 남극 쪽은 한·일이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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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일까 인공위성일까 ‘광명성 2호’ 진실은

 북한은 발사 준비 중인 대포동 2호를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 발사체라 주장하고 있다. 주권 국가로서 평화적인 우주 개발 권리를 행사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판단은 다르다. 우주 개발을 핑계로 미사일 실험을 하려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동해쪽으로 발사한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려면 100㎞ 상공에서 방향을 북극쪽으로 바꾸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과연 북한은 그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까. 아니면 미사일 탄두 대신 인공위성을 매단 채 대포동 2호를 쏘아 올려 장거리 발사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일까.

 북한은 무수단리 기지에서 발사 준비 중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의 발사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주장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북한의 기술력으로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1998년 광명성 1호를 실은 대포동 1호를 동해 쪽으로 발사했지만 지구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2006년엔 대포동 2호를 발사하자마자 동체가 부러져 북한 해안에 추락했다.

우선 북한이 광명성 2호를 우주에 쏘아올리기 위한 발사 과정은 국제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이 발사 방향을 북극이나 남극 방향으로 잡기가 어렵고, 동해 쪽으로 발사할 경우에도 일본 영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포동 2호(은하 2호) 꼭대기에 탑재될 광명성 2호를 저궤도 위성으로 보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대포동 2호의 크기로 볼 때 600∼700㎞의 상공에 떠서 남극과 북극을 축으로 하는 극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하루에 7∼9번 회전하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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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을 쏠 경우엔 북극 또는 남극 방향으로 발사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북극 쪽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 남극 쪽일 경우엔 일본과 울릉도 상공을 지나야 한다. 군 정보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98년 대포동 1호를 중국 방향으로 발사하려 했지만 중국의 거부에 부딪쳤다. 대포동 1호가 도중에 중국 영토로 추락할 경우 큰 피해를 낼 가능성 때문이었다. 남극 방향은 한국·일본과의 마찰을 일으킬 게 뻔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주변국에 통보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북극 방향을 약간 비켜난 동해 쪽인 러시아 사할린섬과 일본 홋카이도 사이로 대포동 1호를 쏘았다.

이번에도 같은 방향으로 대포동 2호를 쏘면 한국·일본·미국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공군 법무감을 지낸 서영득 변호사는 “동해와 같이 좁은 곳은 상황에 따라 영공에 준해 관리된다”면서 “북한이 대포동 2호의 궤적을 사전에 충분히 통보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영공 침해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요격을 피한다고 해도 궤도 진입을 성공시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항공우주연구원 천용식 실장은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북극과 어긋나게 발사하면 100㎞ 상공에서 방향을 북극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 경우 북한의 기술 수준으로는 궤도 진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 성공 가능성은 30% 이하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기술적 사항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실제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려 하기보다는 미사일 탄두 대신 인공위성을 매단 채 대포동 2호를 발사해 장거리 발사 능력을 과시하거나 시험해 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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