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추가경정예산은 더 빨리, 많을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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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추가경정예산의 필요성이 공론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20조~30조원 규모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추경예산이 3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0조~30조원 추경예산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추경예산은 되도록 빨리, 그리고 그 규모는 클수록 좋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지금은 추경예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예산안은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짜여 있다. 현재는 정부가 마이너스 2%, 국제통화기금(IMF)은 마이너스 4%의 성장 전망치를 내놓았다. 추락하는 경제를 저지하려면 추경예산이 유일한 수단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려면 2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마이너스 2%의 성장을 ‘0’으로 틀어막으려면 적어도 40조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경기는 올 상반기에 최악이 될 전망이다. 추경 편성을 최대한 앞당겨 가급적 빨리 쏟아붓는 게 중요하다.

추경예산은 당연히 재정에 부담이 된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세수도 최대 2조원이 줄어든다. 나가는 돈이 많고, 들어오는 돈이 줄면 재정적자는 팽창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 살림을 걱정해 망설일 여유조차 없는 위기 상황이다. 기업·가계가 얼어붙은 혹한기엔 정부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게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유럽·일본·중국도 재정 확대를 통해 일자리 유지에 안간힘이다. 생존을 위협받는 취약 계층을 위해 사회안전망도 튼튼하게 보강해야 한다.

물론 추경예산은 눈먼 돈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다. 정부는 꼭 필요한 부문에 쓰이도록 사용처 명세를 치밀하게 짜고 예산 낭비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최근 현장 공무원들이 장애인 보조금 26억원을 빼먹거나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비 1억원을 빼돌린 일이 들통났다. 이런 구멍부터 단단히 단속해야 추경예산에 필요한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추경예산을 과감히 늘리되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올해 경제 살리기의 운명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