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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알고 마시자]下. 적은양 입속에서 돌리며 마셔야 제맛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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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제 마지막으로 와인을 마시며 음미해볼 차례다.

보통 생선에는 화이트, 육류에는 레드와인이 어울린다고 하는 것이 상식. 그러나 이런 공식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생선 종류에 보졸레 같이 가벼운 레드와인을 차게 해서 마실 수 있고 송아지고기나 돼지고기에는 달지않은 화이트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우선 와인을 마시기 전엔 치약으로 양치질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와인 자체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마늘.양파.후추.고추.겨자.식초 등이 들어있는 음식도 미각에 영향을 주므로 삼가해야 한다.

따라서 식사 반주로 마시는 경우 빵이나 물로 입을 청결히 한 뒤 맛을 보면 좋다.

대신 달거나 짜지 않은 빵이어야 하며 물도 염소등이 들어 있는 수돗물은 삼가해야 한다.

치즈는 와인의 맛을 부드럽게 하여 잘 어울리는 음식. 하지만 와인 자체의 맛을 정확히 음미하려는 사람에게는 미각을 흐리므로 좋지 않은 음식이기도 하다.

와인의 맛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쓴 약을 먹일 때면 코를 잡아 입을 벌리게 해서 약을 넣어준다.

이렇게 공기의 흡입을 막으면 미각과 후각을 둔해져 쓴 맛이 훨씬 덜 느껴진다고 한다.

또 코감기에 걸리면 식욕을 잃기 쉬운데 이는 미각과 후각이 상당히 밀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와인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적은 양의 와인을 입에 물고 공기를 들이켜 입속에서 회전시키면서 마시도록 한다.

와인을 보다 깊이 있게 즐기고 싶다면 일단 많이 마셔보는 수 밖엔 없다.

와인의 매력은 바로 매년 나오는 포도에 따라, 또 같은 해에 생산된 포도로 만들었다해도 와인을 만든 포도원에 따라 그 맛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맛을 구별하는 좋은 방법은 같은 회사 제품으로 서로 다른 두개 이상의 빈티지 (수확연도 또는 양조연도) 와인을 시음해 비교하는 것보다는 동일한 빈티지로 두개 이상의 다른 회사 와인을 시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와인을 즐기기 위한 분위기 조성과 지원은 혼자서는 어렵다.

7~8명 정도로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임을 가져보면 어떨까. 와인 한병의 용량은 7백50㎖이므로 2~3병 정도를 나누어 마시면 비용 부담도 적고 여러 종류를 시음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좋은 와인은 좋은 친구, 좋은 음식, 그리고 좋은 서비스와 분위기가 함께 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석기〈와인애호가모임 '늘푸른회' 회장.㈜테트라엔지니어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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