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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전석유장관 아들 급진적 개혁론 펴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사우디아라비아 귀족이자 오일쇼크 당시 석유장관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아메드 자키 야마니의 아들 하니 아메드 자키 야마니 (36)가 사우디아라비아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주장하는 책을 곧 발간할 예정이어서 화제다.

특히 야마니의 개혁주장은 현재 와병중인 파드 국왕의 후계를 둘러싸고 왕족들간에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있다.

야마니는 오는11월 영국 런던에 있는 야누스출판사를 통해 '사우디인 (To be a Saudi)' 을 출간한다.

야마니는 이 책에서 전제왕정국가로서 왕이 임명한 90명으로 구성된 쇼우라가 이름뿐인 입법기관 역할을 하는 사우디에 주민직접선거에 의한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매우 급진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걸프전 이후 사우디에 주둔하는 서방국가 군대는 비회교국 군대이므로 사우디에 주둔해선 안되며 국가방위상 필요하다면 다른 회교국 군대가 주둔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마니는 특히 여성의 취업을 금지하는 사회적 차별대우의 철폐를 주장, 예컨대 여성의 운전금지로 인해 외국인 운전사를 고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20억달러나 되는등 여성인력 사장 (死藏) 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교육받은 야마니는 항공.건설.금융분야의 국제적 비즈니스맨이자 서구적 사고방식을 가진 지식인. 엄격한 회교 가부장사회에서 이들 지식인이 체제비판을 해본 적이 없음을 감안할 때 그의 주장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사우디에 변화가 일고 있는 조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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