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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기 대선주자 용들의 전쟁 돌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차기 미국대통령을 겨냥해 민주.공화 양당이 벌써부터 술렁인다.

앨 고어 부통령과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노조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지 오래고 공화당은 차기 후보지명대회를 36개월이나 남겨두고 일치감치 '몸싸움' 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공화당의 예비주자들은 지난 23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공화당의 중서부지도위원회에 대거 몰려들었다.

댄 퀘일 전부통령을 비롯,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이며 텍사스 주지사인 조지 W 부시, 지난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잭 켐프에서 프레드 톰슨 상원 행정위원장과 포브스 발행인인 스티브 포브스까지 얼굴을 내밀었다.

깅그리치는 대국민 공약인 '미국과의 계약' 이 94년 공화당의 의회 장악을 가져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오는 2000년에는 자신의 주도하에 제2의 히트작을 만들어 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후보 경쟁자인 퀘일은 균형예산 달성을 위해 깅그리치와 공화당이 원칙을 저버렸다며 깅그리치 '흠집내기' 에 나섰다.

미국언론들은 공화당 예비주자들의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퀘일이 예상 이상으로 부상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쪽도 후보 결정의 열쇠를 쥔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전체 대의원 4천3백20명 가운데 20%인 8백여명이 미국 전국노조연맹 소속.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 노조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민주당 후보가 결정될 공산이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해 차기를 노리는 고어와 게파트는 기회있을 때마다 노조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게파트는 지난달 전국 철강노조대회에 참석,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반대등 노조측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연설을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로는 트럭운전사 노조원의 아들인 게파트가 심정적으로는 노조측의 지지를 더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현직 부통령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고어의 경우 공화당과의 예산협상에서 일부나마 노조측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등 최소한 노조를 적대세력으로 돌려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노조가 반대해온 정부 조직개편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 관련 사안등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해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게파트는 바로 이 대목을 집중 공략, 노조의 지지를 확실히 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게파트 역시 보수적인 성향을 늘려가는 민주당 지지세력의 핵심을 차지하려면 '왼쪽' 으로 지나치게 가기 어렵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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