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슈퍼,냉동·냉장식품 관리 엉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2일 오후1시 경기도과천 N백화점 지하 슈퍼마켓. 본지 취재진이 백화점 관계자들과 함께 식품의 냉장진열대 10개, 냉동진열대 5개의 온도를 확인한 결과 냉장진열대의 온도계는 각각 7도 (1개).10도 (6개).12도 (3개) 를, 냉동진열대는 4개가 영하 18도 이하를 가리켰다.

식품공전에 냉장진열대는 '0~4도' 냉동진열대는 영하 '18도 이하' 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날 조사한 15개의 냉장.냉동진열대 가운데 4개만이 적정온도였다.

해마다 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당국의 단속이나 업체의 밀착관리는 여전히 겉돌고 있는 '법 따로 현실 따로' 의 현장이다.

식중독 위험에 시민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백화점의 경우 시설과 직원이 하루에 한번 온도관리 일지를 쓰고 있는데 기준온도를 넘은 것으로 기록돼 있어도 아무 조치가 없어 내부 감독이나 당국 단속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날 같은 냉동진열대의 두 온도계중 하나는 영하 28도, 다른 하나는 영하 14도를 가리켜 하나가 고장 나 있음을 알게 했는데 백화점 직원은 "중국산 온도계를 사용하고 있는데 질이 떨어지는 것같다" 고 해명했다.

슈퍼매장 직원은 "상하기 쉬운 두부매장만 신경쓰고 있다" 며 "10도까지는 괜찮은 것 아니냐" 고 반문, 동네 슈퍼마켓은 물론 대형백화점에서도 냉장.냉동온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이와 함께 보건사회연구원 정기혜 (鄭基惠) 책임연구원팀은 서울등 전국 10개도시 1백65개 판매업소에 설치된 냉장.냉동진열대 1천57개에 대한 조사 결과를 최근 공표, 온도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냉장진열대의 평균온도는 9.3도, 냉동진열대는 영하 7.2도로 법정 온도보다 훨씬 높았으며 진열대내 온도계 온도와 실제로 측정한 온도가 일치하는 경우도 냉장진열대의 22%, 냉동진열대의 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백화점의 경우 냉동진열대의 55.4%가 영하 18도 이하로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0.7%만이 영하 18도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진열대가 고장났을 경우 8.7%가 상온에 보관하고 있으며 온도계도 2~3%가 고장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의약품안전본부 식품미생물과 곽효선 (郭孝善) 연구사는 "냉장.냉동온도를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 여시니아.리스테리아균등 세균들이 증식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슈도모나스균이 식품의 부패와 변성을 유발한다" 고 경고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