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로 8년째 반값 교복 입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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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난곡동 난우중학교 강당. 학부모 3명이 교복을 나눠주고 있었다. “공동구매라 절반 이상 싸요. 우리 엄마들이 직접 고르고 검사했어요.” 남학생 겨울 교복은 11만원, 여학생 교복은 13만원이다. 보통 26만~27만원 선인 유명 브랜드 교복보다 절반 이상 싸다. 15만원 안팎인 인근 학교의 공동구매 가격보다도 저렴하다. 난우중학교 신입생 320명 중 160명이 이처럼 싸게 교복을 마련했다.

이 학교는 200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공동구매를 해왔다. 최진복 교장은 “난곡 지역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이 많아 학부모들이 교복을 싸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교복은 공동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신입생 학부모들이 입학 전에 모여 교복 구매를 논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우중학교는 매년 말 2학년 학부모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2개월간 미리 공동구매를 준비한다. 1학년 학부모 위원들은 이를 도우며 공동구매 기법을 배운다. 올해 공동구매 위원장을 맡은 한보라(38)씨는 “입찰부터 업체 선정, 공장 견학과 검수까지 공동구매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며 “선배 학부모들이 이 과정을 후배에게 전수해 다른 학교에 비해 일처리가 수월하고 빠르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공개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만 기다리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 가장 싼 교복 업체를 물색하는 것도 이런 노하우에서 나왔다. 올해 교복을 만든 업체는 원래 단체 유니폼을 제작하던 회사다. 한씨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디자인에 반영하고, 엄마들이 직접 바느질을 검사해 품질도 최고 수준”이라며 “옷 소매에 브랜드 로고가 없다는 걸 빼곤 대기업 제품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매년 거르지 않고 공동구매를 하니 제작 업체들도 마진을 높게 잡지 않는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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