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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날씬하면 위 작다X 우유는 위산 줄인다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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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은 위에 민감하다. 체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면 위가 이상이 있을 것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위를 사랑하는 법은 잘 모르거나 실천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발생률 1위인 암이 위암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위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들을 알아보자.

[중앙포토]


#음식 섭취량이 줄면 위 크기가 준다=잘못이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성인의 위(공복 시) 크기는 비만도·음식 섭취량 등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마른 사람의 위 크기가 비만한 사람보다 작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음식을 먹으면 위의 위쪽 부위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위가 특별히 더 잘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음식 섭취 뒤 위가 정상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사람은 조기 포만감, 소화 불량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음식을 모두 소장에 내려보낸 뒤(식사 뒤 서너 시간)엔 위의 크기가 원상 회복된다.

윗몸일으키기 등 복벽을 단련하는 운동을 하더라도 위는 물론 똥배의 크기를 줄일 수 없다.

#소화를 주로 담당하는 장기는 위다=아니다. 소화는 기계적 소화→화학적 소화→영양분의 흡수로 이어진다. 이 중 위는 기계적 소화를 담당한다. 음식은 위의 아래쪽에서 분당 평균 3회의 수축·연동 운동을 통해 1∼2㎜ 크기의 입자로 곱게 갈린다. 이어 유문 괄약근을 통해 소장으로 내려간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선영 교수는 “본격적인 소화(화학적 소화·영양 흡수)는 소장에서 음식이 아밀라아제·라파아제 등 소화액에 섞이면서 시작된다”며 “대장에선 물만 흡수된다”고 소개했다.

음식이 위에 머무는 시간은 4시간 이내가 정상이다. 이보다 길어지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체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같이 위에서 음식이 저류되는 원인은 수십 가지이지만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빈번하다. 신경이 무뎌져서다. 정신과 약 등 일부 약도 이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때는 약을 바꿔 보는 것이 방법이다.

#우유가 위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아니다. ‘우유는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제산(除酸) 작용을 한다’거나 ‘우유가 위벽을 코팅시켜 점막을 보호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고동희 교수는 “우유는 ‘칼슘의 왕’으로 불리는 식품으로 위산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며 “위산을 줄이는 데는 체중 감량이나 제산제 복용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위산 과다로 인한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려면 과식을 피하고 식사 뒤 바로 눕지 않으며, 커피·녹차·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과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이 유익하다. 위산이 든 위액이 무조건 적은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위축성 위염 등으로 위액이 줄면 소화가 잘 안 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즐기면 가스가 나온다=늘 그런 것은 아니다. 콩·귀리·귤 등 감귤류 등에 들어 있는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가 가스(방귀)를 만드는 것은 맞다. 이런 식이섬유가 장내 세균들의 먹이가 되며 이들의 대사 과정에서 가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시리얼·캐비지·당근 등에 풍부한 불용성(不溶性) 식이섬유는 가스를 생성하지 않는다. 장에서 전혀 소화되지 않아 장내 세균들과의 ‘교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방귀를 많이 뀐다고 해서 위나 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며 “대인 관계를 위해 가스 생성을 줄이려면 콩·보리밥·감자·양파 등 가스를 만드는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고 껌을 되도록 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를 사랑하는 방법=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규칙적인 식사와 소식이다. 위의 부담을 가급적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적게 먹으면 덤으로 노화도 방지할 수 있다. 맵고 짜고 탄 음식도 위를 괴롭힌다. 특히 소금기가 많은 음식을 즐기면 위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탄 음식엔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 카페인이 많이 든 음식, 탄산음료도 위 건강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ip 위를 사랑하는 10가지 방법

①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는다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면 시도 때도 없이 위액이 나온다)

② 되도록 적게 먹는다

③ 식염 섭취를 줄인다

④ 음식의 탄 부위는 떼고 먹는다

⑤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를 줄인다

⑥ 소염진통제의 복용을 자제한다

(다수의 소염진통제는 위를 헐게 한다)

⑦ 식사 뒤 바로 눕지 않고 스트레스를 줄여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한다(역류성 식도염 유발)

⑧ 위궤양·십이지장 궤양이 있으면서 헬리코박터균이 양성이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1주간 항생제 복용)

⑨ 탄산음료·카페인음료의 섭취를 줄인다

⑩ 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의 섭취를 줄인다(위의 운동력이 떨어진다) 자료=강남성모병원·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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