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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돈은 내가, 경영은‘선수’가…공동 창업 입맛 당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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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사와 투자자 두 명이 공동 창업한 피쉬앤그릴 종로점에서 소영진 매니저(右)가 서빙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창업 실패를 걱정하는 예비창업자들이 공동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여러 명이 비용을 분담하고 지분에 따라 이익금을 받는 ‘공동투자형’, 비용을 모두 내고 점포 운영을 프랜차이즈 본사에 맡기는 ‘위탁경영형’, 건물주와 가맹 본사가 공동 창업하는 ‘건물주 공동 창업’ 형태가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동 창업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투자 창업은 흔히 생각하는 동업과는 다르다. 대개 동업으로 점포를 열면 가게 일에 참여하는 게 대부분인데, 공동 투자 창업은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직장인이나 주부가 재테크 개념으로 할 수 있다. 세계맥주전문점 ‘와바’(www.wa-bar.co.kr)는 330㎡ 이상의 대형 매장에서 공동 창업 방식을 도입했다. 투자자들은 대개 5000만~1억원을 투자하며, 수익률은 투자금 대비 연 평균 20% 정도다. 이 회사는 현재 20여 개 매장을 공동 창업 방식으로 운영한다.

◆위탁경영형, 투잡족에 적합=위탁경영형은 창업 비용을 모두 부담하면 본사가 점포 경영을 도맡아 한다. 마케팅과 직원 관리도 본사가 알아서 한다. 자기 일을 계속 하면서 ‘투잡’으로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알맞다.

카페베네 김선권 사장이 건물주와 공동 창업한 인천 신포점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 카페 ‘카페띠아모’(www.ti-amo.co.kr) 거여점 점주 성윤재(50)씨는 직장을 퇴직한 뒤 2007년 1월 카페띠아모를 창업해 1년여간 직접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던 중 한 회사에 재취업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6월 점포 운영을 본사에 위탁했다. 그는 “장사가 잘 되는데 접기는 아깝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니 미덥지 않아 본사에 위탁경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본사에선 점장과 6개월 이상 교육을 마친 전문 매니저를 파견해 줬다. 매니저는 점포 문을 열고 닫는 일에서부터 재고 관리까지 책임진다. 본사는 월 1회 성씨에게 결산 보고서와 함께 수익금을 송금해 준다. 매니저 인건비 외에 본사에 따로 내는 수수료는 없다.

◆점포 안 나가는 건물주도 고려할 만=커피&와플전문점 ‘카페베네’(www.cafebene.co.kr)는 도심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빈 점포를 가진 건물주에게 공동 투자를 권했다. 건물주는 점포를 제공하고, 원하면 시설비 일부를 투자할 수도 있다. 부담 비용에 따라 매월 수익을 받는다. 역시 점포 운영은 본사가 맡는다. 임대료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면서 건물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카페베네 인천 신포점이 들어선 건물의 주인 안모(52)씨는 1년 넘게 점포가 나가지 않자 공동 창업을 했다. 1층 빈 점포(214㎡)를 제공해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안씨는 “1층이 비어 있어 보기에 안 좋았는데, 커피전문점이 들어오면서 외관이 예뻐졌다”고 즐거워했다. 카페베네 김선권 사장은 “퇴직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본사와 건물주, 퇴직자가 공동 창업하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 창업은 기술과 자금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초보 창업자의 관심을 끌만하다. 하지만 투자의 성격이 강한 만큼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업체를 고르는 게 관건이다.

펀드에 투자할 때 증권사의 운용 실적을 살피는 것처럼 가맹 본사의 운영 능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본사의 재정 상태와 공동 창업 운영 실적,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계약조건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투자자와 가맹 본사 간 권리와 의무가 평등하게 규정돼 있는지, 경영 상황은 100% 공개되는지, 이익 분배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본다. 특히 분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이런 사항을 문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업종을 고를 때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과도한 기대를 버리고 은행 이자율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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