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쓰레기에 대한 선전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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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쓰레기문제가 마침내 총리가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의 의제가 될 만큼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등장했다.

쓰레기가 이젠 단순히 쓰레기가 아니라 고건 (高建) 총리가 말한 것처럼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내각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해야 할" '전쟁상대' 로까지 되고 만 것이다.

20일 열린 관계장관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첫 1주일동안을 국토 대청결주간으로 정하고 쓰레기 처리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해수욕장과 국.공립 유원지가 대청소지역으로 선정됐다.

동시에 야외취사를 엄금하고, 고속도로변에 버려지는 쓰레기나 몰래 버리는 건축폐기물도 집중단속하기로 했다.

온 산하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지는 오래 됐지만 올해는 무더위가 심한 탓인지 더욱 심했다.

산과 계곡, 강과 바다를 찾은 피서객들은 가는 곳마다 쓰레기를 버렸다.

결국 청정 (淸淨) 유지가 절대적인 상수원 댐조차 떠내려온 쓰레기로 뒤덮이게 됐다.

쓰레기처럼 버려진 피서객들의 양심이 실제로 쓰레기가 돼 우리의 생명수를 오염시킨 광경은 올 여름의 잊을 수 없는 잔상 (殘像) 이다.

한국인은 유난히 쓰레기를 많이 생산한다.

영국인이 하루에 1인당 0.9㎏, 일본인이 1㎏을 버릴때 한국인은 1.3㎏을 버린다.

어디를 가나 입에 먹을 것을 달고 다니는 버릇이 한가지 큰 원인이다.

운동경기장 관람석은 으레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되다시피 했다.

분별없는 쓰레기 다량생산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환경비용을 증대시킴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쓰레기처리 문제가 쓰레기 종량제실시로 그나마 개선추세에 있는 것은 다행이나 폐기물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지금보다 배가돼야 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기왕 발생한 쓰레기는 재활용과 소각.매립 등 그 뒤처리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하고도 집중적인 단속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

쓰레기 무질서에 관한한 정부는 엄해지고 시민은 겸손해질 때 그 해결책의 서광이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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