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 오르는데 外貨빚 늘어 상반기 환차손 2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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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들어 달러시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달러 빚이 많은 상장회사들이 환차손 (換差損)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상반기에 장부상 흑자를 낸 것으로 발표된 삼성전자.현대자동차등 국내 간판급 대기업들중 상당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환차손을 모두 반영할 경우 사실상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동원증권 부설 동원경제연구소가 12월 결산 상장법인중 은행등을 제외한 5백55개사의 상반기 영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회사가 입은 상반기 환차손은 모두 1조2천4백81억원으로 같은 기간 경상이익 총액 2조9천2백85억원의 43%에 달했다.

특히 변경된 회계제도에 따라 이번 상반기에 반영되지 않은 8천5백억원 상당의 환차손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환차손 규모는 2조9백8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화가치가 지난해말 달러당 7백74원70전원에서 지난 6월말 8백88원10전으로 반년간 5.2% 떨어진데 (달러값 상승) 따른 것이며, 최근엔 달러당 9백원선마저 위협받는등 갈수록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기업들의 환차손 부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업계 요청에 따라 지난해분 결산에서부터 환차손의 일부를 결산에 반영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장부상 적자폭을 줄일 수 있도록 회계제도를 바꾼바 있다.

동원증권 온기선 기업분석실장은 "이렇게 숨겨진 환차손 누적액이 모두 2조6천3백8억원에 달해 향후 기업회계 처리에 커다란 짐으로 작용할 것 같다" 고 우려했다.

한편 외환과 관련된 이익에서 손실을 뺀 외환수지면으로 볼때 상반기에 가장 큰 적자를 낸 기업은 삼성전자로 적자액이 2천5백44억원에 달했고, 적자규모가 1천억원 이상인 회사도 대한항공.한국전력.유공.LG반도체등 모두 7개사나 됐다.

특히 삼성전자.LG반도체등 국내 유수 대기업들의 숨겨진 환차손 누적액이 각 기업의 경상이익을 능가하는 것으로 드러나 변경된 회계제도 덕분에 이들 기업은 적자를 간신히 모면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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