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이들이 확 안길 수 있는 엄마같은 선생님 될래요

중앙일보

입력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주고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김민지 · 윤서원씨.

(사진) 프리미엄 전영기 기자

새 학년 새 학기. 학생들만 설레는 것이 아니다. 생애 처음, 첫 제자들을 맞이하는 새내기 선생님들 역시 들뜨고 흥분되기는 마찬가지. 신입교사들은 어떤 각오로 아이들을 기다릴까? 열정과 실력으로 똘똘 뭉친 새내기 교사들을 만났다.

 윤서원(24·서울교대 졸)
 “대학 3학년 때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 교생실습이 제 마음을 완전히 돌려놨죠.“ 부모님의 권유로 교대에 들어갔다는 윤 교사는 처음부터 교직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교생실습을 하면서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과 보람을 알게 됐다. “한 남자 아이가 유독 말을 듣지 않아서 마음고생이 많았어요. 급식을 먹으러 갈 때도 줄을 서지 않고 친구들에게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하고...” 처음에는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를 몰라 고민을 많이 했다. 타일러도 보고 질책도 하면서 관심을 쏟았더니 아이는 교생실습 마지막 날 윤 교사에게‘고맙다’는 편지를 보냈다. “알고 보니 제게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거였어요. 선생님에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던 거죠.”

 윤 교사는 “초등학교 수업과정은 쉬우니까 가르치는 것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들은 집중력이 부족해 40분의 수업시간 동안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딱딱하고 지루한 설명만 늘어놓으면 안 된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영상세대라 시각적인 자극에 매우 민감하다”며 “수업 시작 전 그림이나 사진 등을 활용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면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가장좋은 자료는 교사라고 배웠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고민해서 쉽고 재미있고 알찬 수업을 꾸려 나갈 거에요.”

 초등학교에 여자 교사가 더 많은 현상에 대해서 윤 교사는 긍정적이다. 여자 교사는 청소하는 방법,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방법, 급식예절 등 학교에서 배워야 할 생활습관들을 엄마처럼 섬세하게 챙겨주기 때문에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펴주는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교생실습 때 5학년 담임선생님 중 한 분이 아침마다 등교지도를 하시는 걸 봤죠. 아이들이 반갑게 달려와 선생님께 안기더라구요. 아이들의 눈빛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저도 아이들이 달려와서 안길 수 있는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김민지(25·이화여대 수학교육학과 졸)
“교사인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교사를 천직으로 생각했죠.” 김 교사는 교사 임용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졌었다. 힘들고 속상해서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교사의 꿈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 시간강사로 계약을 하고 실전경험을 쌓으며 교사의 꿈을 향해 달렸다. “고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렇게 예쁘고 귀여울 수가 없었어요. 말썽도부리고 까불기도 했지만 노래·춤 등 다양한 끼를 가진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러웠어요.”

 김 교사는 상·중·하반 중 ‘하’반을 맡았다. 공부는 못해도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이 흐뭇했단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높은 반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 교사 반에 남겠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수업만 잘 한다고 훌륭한 교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재능을 살려주고 올바른 성장을 하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할이죠.” 김 교사는 시간강사로 한 학기를 지낸 후 임용시험에 재도전, 드디어 교사의 꿈을 이뤘다.

 김 교사는 “요즘 중등교육은 너무 입시위주로 치우쳐져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와 꿈을 찾기보다 점수 따기에 급급하다”며 “대학입시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직업을 탐색하고 더 넓은 세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담임을 맡으면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요리도 만들어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거에요.”

 김 교사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수학을 신나게 가르치려고 한다. 그림, 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수학 개념을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한단다. “2차 함수는 포물선 모양이잖아요. 변수에 따라 포물선이 움직이는 모양은 다이빙 선수가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과 같아요. 실제로 그 장면을 컴퓨터와 프로젝터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2차 함수 그래프가 변화하는 것을 금방 이해한답니다.” 김 교사는 “게임이나 스포츠, 연예소식 등 아이들이 관심 있는 이야기들을 화젯거리로 이용하기 위해 발령이 날 때까지 인터넷도 열심히 하고 TV도 부지런히 볼 계획”이라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교사는 공교육 현장이 불신을 받고 있는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수준별 수업에 맞는 수업교재를 직접 만들 정도로 연구를 열심히 하는 열성적인 교사들이 많아요. 수준별 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 등 학교에서도 학원만큼 알차고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학교와 교사를 신뢰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