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의 여인들] 1. 파니 멘델스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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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음악사에 등장하는 작곡가.연주자.지휘자들은 온통 남성들 뿐이다.

과거엔 여성활동을 제약하는 사회적 관습 때문에 여성들이 음악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렇다고 여성음악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음악사의 서술과정에서 무시돼 그 존재가 잊혀진 것 뿐이다.

음악사에 가려진 여성 작곡가.연주가의 자취를 더듬어 본다.

'결혼행진곡' 으로 유명한 펠릭스 멘델스존 (1809~1847)에게는 4살 위의 누이가 있었다.

올해 서거 1백50주년을 맞는 파니 멘델스존 (1805~1847) . 베를린의 부유한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파니는 동생인 펠릭스와 똑같이 어릴 때에는 수준높은 음악교육을 받았다.

13살의 파니는 바흐의 '평균율' 을 암보로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

이탈리아 연주여행 도중 바흐.베토벤.멘델스존의 음악을 암보로 연주하는 파니를 보고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는 크게 감명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15살때 파니는 동생의 장래를 위해 음악가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고루한 관습에 젖은 아버지 아브라함이 파니의 공개연주는 물론 작품 출판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펠릭스에게 음악은 '직업' 이지만 너에겐 '장식적인 것' 에 불과할 뿐이야. " 결국 파니가 쓴 6개의 가곡들은 동생의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op.8과 9) . 그러나 그녀는 작곡을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작품은 자신이 기획한 일요음악회 (Sonntagmusik)에서 연주되었는데 훗날 동생 펠릭스는 '누이가 자기보다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작곡가였다' 고 고백했다.

화가인 남편 빌헬름 헨젤의 이해와 격려에 힘입어 파니는 40세가 되어 베를린의 한 출판사에서 작품집을 출간하기로 했다.

그러나 2년후 파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바흐.베토벤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은 파니 멘델스존은 생전에 4백여곡의 작품을 작곡했다.

그녀 음악의 특징은 동생의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신감과 선율의 유려함에 있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 '이탈리아 (가곡)' '피아노3중주 작품11' (Opus111 OPS30 - 71) , '피아노3중주 D장조 작품11' (하이페리온 CDA55331) '네손을 위한 피아노 소품집' (소니 클래시컬 SK48494)에서 들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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