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살짝보기]독일 대사관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서울도심이 눈아래 바라보이는 북악산 자락에 자리한 독일대사관저 (서울성북구성북동) .독일건축양식 특유의 실용성과 탄탄함이 물씬 풍긴다.

77년 독일연방건설청이 직접 독일에서 자재를 들여와 독일식 빌라형태로 지었다.

올해로 20년째. 증축이나 보수공사는 한번도 없었다.

규모는 3천평의 대지위에 건평이 3백평인 2층집.

대사관저는 1층과 2층의 역할 구분이 뚜렷하다.

1층에는 손님을 맞는등 공식 행사를 진행하는 접견실.거실.식당과 옥외 잔디 파티장등이 있고 2층에는 대사의 개인 공간인 서재.사무실.침실등이 마련돼 있다.

접견실에 들어서면 창밖에 펼쳐진 시원한 잔디밭이 눈에 들어온다.

원목마루바닥에 부분 카페트가 깔려있는 접견실에는 자주색계열의 소파가 중앙부분에 놓여 있어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신 장식장과 커튼은 밝은 아이보리색을 채택해 무거운 느낌을 조금 덜어 준다.

주2~3회정도 파티장으로 이용되는 정원은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 주위를 단풍나무.향나무.감나무등이 둘러싸고 있어 포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접견실 옆에는 널찍한 거실이 있다.

온통 흰색인 거실 중앙에는 빨간 벽돌벽을 배경으로 벽난로가, 오른편으로는 한쪽벽면을 거의 차지할 정도로 큰 회화작품이 걸려있다.

또 삼삼오오 얘기할 수 있도록 소파와 탁자를 군데군데 배치해 놓았다.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안정돼 있다는 인상이다.

또 손님이 오면 항상 틀어준다는 사물놀이곡은 거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위기 메이커. 대사관의 창문은 모두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슬라이딩 도어로 돼 있는데 대사관저 완공 당시부터 설치돼 있던 것들이다.

1층이 다소 형식적인 공간이라면 2층은 대사 개인 공간으로 그의 취향이 훨씬 많이 묻어난다.

부임한지 2년째인 클라우스 폴러스대사는 오랜동안 캄보디아.타이.라오스등 주로 아시아국가에서 대사를 지내 개인소유의 불상.도자기.동양식 고가구등이 많다.

그래서 2층 서재와 거실에는 동양풍의 장식품과 서양식 집구조가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개인서재에는 미국식 책상과 의자에 간다라식 불상과 장식품 그리고 터키풍의 러그가 조화를 이뤄 폴러스대사만의 독특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산 경사면에 지은 집인 탓에 2층 서재에서도 정원의 싱그러움을 창을 통해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 폴러스 대사는 "독일풍의 단순하고 현대적인 스타일과 동양식의 절제된 골동 소품은 서로 특이한 조화를 이루는데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스타일" 이라고 말한다.

글 = 신용호 기자 사진 = 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