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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 중고생 논술경시대회 우수답안·심사평]중학생부 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중학생부 금상]

송영훈 <전남순천삼산중 3년>

- 진리 추구에 있어서의 바람직한 태도

개인의 삶에서 자신의 의지나 믿음이 사회적 통념이나 제도와 상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리 탐구의 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진리를 밝혀내고자 하는 개인의 신념은 사회의 제도나 권력에 의해 억압되는 경우가 있으며, 그릇된 통념에 의해 가로막히기도 한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을 통한 탄압에 굴복하여 지동설을 철회한다는 서약을 한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갈릴레이의 이러한 행동에 대한 평가는 유사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개인이 내려야 할 바람직한 결정을 찾아내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오늘날까지 갈릴레이의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은 비판과 옹호로 엇갈려 있다.

먼저 갈릴레이를 비판하는 견해를 살펴보면, 갈릴레이의 태도는 진리 탐구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맞서 항거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굴복한 것이므로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갈릴레이의 행동을 옹호하는 견해는 그 근거로 갈릴레이가 지동설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아 처형되었을 경우 지동설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계승되기 어려웠다는 점, 죽음이라는 가장 큰 두려움 앞에서의 그의 인간적인 고뇌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후자의 주장에서는 몇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먼저 개인이 힘에 의한 탄압에 못이겨 자신의 믿음을 포기하게 되면 물리력으로 개인의 자유 의사를 억압하는 부조리는 계속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의 포기를 강요받게 된 것은 당시 유럽 사회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크리스트교가 종전의 천동설이 반박 당하는 위기에 놓이자 우월한 힘을 사용해 부당한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때 그는 결국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신념을 굽히고 말았다.

그 결과 지동설에 대한 탄압 이후에도 크리스트교는 종교 이념과 어긋나는 과학적 진리 탐구에 제약이 되었으며, 그러한 제약은 19세기에 다윈의 진화론이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입증, 인정받았다면 진리 탐구에 대한 종교적 억압은 더 일찍 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성인의 바른 태도라는 면에서 생각해 볼 때,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적 고뇌를 이유로 한 옹호는 옳다고 보기 어렵다.

죽음이 많은 이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범인 (凡人) 이 아니라 지성인이었던 그는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희생이 수반되며, 그 대상은 경우에 따라 목숨일 수도 있다.

이 때 진리를 생명보다도 고귀한 가치로 여겨 목숨까지 버리는 용기는 참된 지성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런 용기 있는 지성인들에 의해 진리가 인정받고 구현되어 가면서 사회는 진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6월 항쟁과 남아공의 인종차별 반대 투쟁은 사회 권력이나 제도의 제약에 굽히지 않는 개인의 진리 추구가 갖는 의의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우리 국민의 자유는 독재 정권에 의해서 많은 제한을 받고 있었고, 민주화 요구에 대한 억압도 심하였다.

이때 고문등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인사들이 있었기에 범국민적인 민주화 여망은 6월 항쟁으로 결집되어 지금의 민주주의 신장을 이뤄 낼 수 있었다.

또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 정책을 펴오던 남아공에서 이를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하던 넬슨 만델라는 여러 차례 투옥되는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흑인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였고, 오늘날 남아공에서 공식적인 흑인차별 정책은 사라졌다.

두 사건은 부당한 억압에 지지 않고 각각 민주주의와 평등 이념이라는 진리를 추구, 실현했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정리하자면 종교의 탄압에 굴하여 지동설을 철회한 갈릴레이의 결정은 진리 탐구에 대한 종교적 제약을 계속되게 한 결과를 가져왔고, 지성인에게 요구되는 진리 추구의 태도와도 거리가 멀다.

따라서 갈릴레이가 취한 태도는 옳지 못한 것이다.

아울러, 앞에서 예로 든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추론할 때, 사회 권력이나 제도 등에 의해 진리 추구가 제약받을 경우 개인은 이에 맞서 진리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는 것이 사회의 발전과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평]

이 문제는 갈릴레이의 예를 들어 개인과 사회의 갈등 속에서, 개인이 취한 행동의 의미를 평가해 보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이 글은 제도나 권력의 탄압에 맞서 끝까지 개인의 신념을 지켜야 한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그 근거로 두 가지를 들고 있는데, 하나는 개인이 탄압에 굴복하게 되면 이후에도 개인의 자유 의사를 억압하는 부조리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갈릴레이가 세상에 알려진 지성인이라는 점에서 범인 (凡人) 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6월 항쟁과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를 예시하여 자칫 추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내용에 구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글은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 정확한 지시어의 사용을 통한 문장간의 긴밀한 연결등 글 전체가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게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글 전체의 논지를 지성인의 삶의 태도로 좁혀버린 것은 글의 논리를 과도하게 일방적으로 전개한 것이다.

독서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히면서 폭넓은 사고를 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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