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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중 키워드는 ‘동주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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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3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22일 귀국길에 올랐다. 이로써 장관 취임 이후 16일부터 시작된 일본·인도네시아·한국·중국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이 마무리됐다.

클린턴 장관은 마지막 순방국인 중국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했다.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은 인권·민주화·티베트 등 갈등을 증폭시킬 주제들은 가급적 피하면서 세계경제위기와 지구온난화 등 공동 문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퍼스트 레이디 출신의 여성 국무장관을 국빈급으로 예우한 중국은 미국 채권을 계속 매입하고, 경제전략대화를 지속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클린턴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미·중 양국은 철저하게 구동존이(求同存異)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정신에 입각해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려 노력했다.

클린턴 장관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에 도착하기 직전 “인권·티베트·대만 문제를 중국에 계속 제기하겠지만 이런 이슈들 때문에 세계경제위기·지구온난화·세계안보 문제에 대한 미·중 대화가 방해받으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방문 기간 클린턴 장관은 강경한 발언 대신 완곡한 화법을 유지했다. 비판성 발언이라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은 환경친화적인 타이양궁(太陽宮) 발전소를 참관한 자리에서 기후 변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범한 착오를 중국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정도다. 그는 “목이 마른 뒤에 뒤늦게 우물을 파면 늦다”는 뜻의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의 외교철학인 구동존이를 유지해 온 중국 정부로서는 클린턴 장관의 이런 유화적 태도를 반겼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 이어 클린턴 장관을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면담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오월동주 관계를 강조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인용하면서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와 월(越)나라 관계를 표현한 말”이라며 “‘두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간다’는 구절이 뒤에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동주공제’는 클린턴 장관이 13일 아시아 순방에 앞서 뉴욕의 아시아협회 강연에서 미·중 협력을 강조하며 먼저 언급한 말이었다. 원 총리는 “세계가 금융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함께 강을 건너자’는 클린턴 장관의 당시 연설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지금이 미국과 중국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화답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바로잡습니다▒

‘클린턴 방중 키워드는 동주공제(同舟共濟)’ 기사의 제목 중 동주공제의 뜻은 ‘손 맞잡고 함께 나아간다’가 아니라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너다’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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