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오바마·클린턴에 직보…김계관보다 고위급 접촉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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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담당할 대북정책 라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서 대북특사 임명 사실을 발표한 스티븐 보즈워스(사진) 전 주한 미국대사가 중심 역할을 맡고 부시 행정부에서 북핵 실무를 맡았던 성 김 북핵담당 특사가 보좌하는 진용이다.

보즈워스 특사는 특히 클린턴 장관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참모라는 점에서 전임 6자회담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보다는 훨씬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대북 협상 대표의 지위가 격상됨으로써 북한 측 창구였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보다 더 고위급 실세와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으며, 동아시아 전반을 관장했던 힐 차관보와 달리 북한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특사는 임명 발표 전인 이달 초 미국의 전직 관리 등 6명과 함께 이달 초 평양을 방문해 북한 외무성과 군부의 고위 관리들과 만났다. 북핵 문제를 다뤄 온 외교부 관계자는 “미 대선 때부터 오바마 캠프의 외교 브레인 역할을 한 보즈워스 특사가 최근 평양을 다녀온 사실은 이미 북·미 사이에 간접적인 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낸 보즈워스 대사는 지난해 4월에도 방북했었다.

◆보즈워스 특사는 포괄적 협상론자=보즈워스 특사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지난해 5월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기고문에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정치적 보상, 즉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지만 부시 행정부는 오로지 비핵화 문제에만 집중하고 포괄적 접근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 대통령은 단순히 핵 문제가 아니라 보다 광범한 의미에서 북한을 다뤄야 한다”며 “비핵화 과정을 착실히 밟아 가면서 한편으론 북한을 지역·세계 경제로 편입시키는 국제관계 구축에 착수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인도적 원조와 에너지 제공, 경제 재건 투자 등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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