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일본의 정부 군살빼기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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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도쿄 (東京) 중심가의 캐피털 도큐 호텔에서는 18일부터 한창 무더위속에 합숙훈련을 방불케하는 마라톤회의가 시작됐다.

총리관저.중의원회관과 이웃한 이 호텔 회의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은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를 비롯한 15명의 행정개혁회의 위원.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나흘간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집중토의를 벌여 중앙부처 축소.개편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점심시간 한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의 실제토론시간 외에 자료준비등도 필요하기 때문에 지방에서 온 위원들은 아예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개혁회의 회장인 하시모토 총리도 "정치생명을 걸고 불덩어리가 되어 개혁에 임하겠다" 는 평소의 다짐대로 다른 국사를 제쳐놓고 나흘간 줄곧 토론에 참석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간의 연구작업을 통해 정리된 두가지 개혁안이 집중 검토된다.

현재 22개인 중앙부처 (省.廳) 를 15개로 줄이는 갑 (甲) 안과 13개로 줄이는 을 (乙) 안중 현재로는 전자쪽이 더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기구 군살빼기 외에 대장성의 재정.금융업무 분리, 방위청을 성 (省) 으로 승격시키는 문제, 우편저축.간이보험 같은 우정성의 수익사업을 민영화하는 방안등도 처리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정치지도자의 솔선수범덕에 국가개혁 작업에 대한 일본국민의 신뢰와 기대감은 개혁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15명의 개혁위원중 한명인 모로이 겐 (諸井虔.69) 경제동우회 간사는 "국민의 지지와 총리 본인의 각오, 관료들의 자각이 있기 때문에 이번 개혁은 반드시 성공할 것" 이라고 자신할 정도다 그는 이어 "한국은 산업구조나 노사관계등에서 아직 불안정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안다" 며 "한국도 내셔널 플랜 (국가적 계획) 을 세워 실천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고 충고까지 하고 있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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