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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동물복제로 돌파구…미국 과학지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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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복제양 돌리가 인류에게 첫선을 보였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히틀러의 부활을 우려하는 호사가의 공연한 걱정이 있었는가하면 육질좋은 양고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식도락가의 들뜬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돌리의 출현이 동물장기이식시대의 본격개막을 알리는 서곡이란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최근 동물장기이식에 관한 특집기사를 게재, 21세기 미래의학은 동물장기이식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론상으론 혈관과 신경분포가 극도로 치밀해 외과적으로 목을 다시 붙이는 것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구를 제외한 모든 장기가 이식가능하다.

장기이식은 미국에서만 매일 1백여건이 시술될 정도로 보편화된 수술. 우리나라에서도 소장이식을 제외한 모든 장기가 이식에 성공한 바 있다.

문제는 수혜자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동물장기이식이 각광받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문헌에 기록된 사상최초의 동물장기이식은 1682년 부상당한 러시아 귀족의 머리뼈에 개뼈를 대신 이식한 것. 이후 64년 침팬지 심장이식과 92년 비비의 간이식이 잇달아 시도됐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떼어내고 붙이는 수술엔 성공했지만 이식된 장기가 이종단백질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괴사상태에 빠진 것. 그러나 최근 캠브리지대 데이빗 화이트교수팀이 유전자조작을 통해 거부반응을 없앤 유전자이식 돼지를, 하버드대 데이빗 작스박사팀은 방사선을 쬐여 일부러 면역기능을 파괴시켜 거부반응없이 동물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기술이 당장 장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응용되긴 어렵지만 지금과 같은 유전공학의 발달추세를 감안할 때 21세기가 되기 전에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복제양 돌리의 등장으로 일단 인간에게 적합한 유전형을 지닌 동물의 샘플이 만들어진다면 유전자 복제를 통해 얼마든지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 것도 동물복제시대가 무르익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장기를 기증할 고마운 동물은 무엇이 될까. 이 잡지는 뜻밖에도 우리에게 지저분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는 돼지가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유는 크기와 기능등 생리적 측면에서 인간장기와 가장 유사한 것이 돼지의 장기라는 것.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 질환등 감염병이 거의 전무한 동물이 돼지란 것도 중요한 이유다.

게다가 원래 식용으로 사육되어온 동물이므로 원숭이나 개에 비해 윤리적으로도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는 것.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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