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수퍼 박테리아까지, 정복되지 않는 세균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최근 ‘팝의 제왕’이라 불리는 마이클 잭슨이 코 성형수술 과정에서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보도에서 거론된 수퍼 박테리아는 메티실린이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을 말한다.

1961년 영국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보고된 이 수퍼 박테리아가 사람들을 전율하게 만드는 것은 ‘살을 파먹는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드라큘라도 아니고, 살을 파먹는 세균이라니….

여기서 살을 파먹는 질환이란 의학용어로 ‘괴사근막염’이다. 수퍼 박테리아가 피부 감염을 일으키게 되면 피부 속으로 감염이 더 진행되어 근육까지 감염이 진행되고, 근육을 괴사(壞死)시킬 수 있다.

포도상구균은 현미경으로 보면 작은 공(球)처럼 생긴 세균들이 모여 포도송이 모양의 배열을 하고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포도상구균은 건강한 사람의 피부나 코 속에 흔히 집단으로 상주하는 세균으로,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포도상구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황색포도상구균이 감염을 잘 유발한다.

황색포도상구균은 41년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도입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그 후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이 듣지 않는 균이 출현하였다. 이에 새로운 항생제인 메티실린이 개발됐다. 하지만 61년 또다시 메티실린도 듣지 않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 균이 메티실린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항생제도 잘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수퍼 박테리아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인간은 또다시 반코마이신이란 새롭고 강력한 항생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이도 듣지 않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보고되고 있다. 수퍼-수퍼 박테리아라고나 할까. 인간이 세균을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균은 돌연변이를 통해 항생제에 내성을 만들어 도망가는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성형수술 등 비교적 간단한 외과적 수술을 통해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작다. 마이클 잭슨이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게 사실이라 해도 성형수술 과정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전후의 항생제 오·남용이나 다른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수퍼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50%를 상회하고 있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 증가의 원인이 된다. 수퍼 박테리아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에는 가급적 항생제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 항생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도중에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수퍼 박테리아는 대부분 환자의 피부나 감염된 물건을 만질 때, 혹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된 분비물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감염 환자와 접촉한 경우에는 비눗물로 손을 30초 이상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로도 전파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병원균이 많은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좋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