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개혁은 언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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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정치개혁특위가 보름이 가깝도록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입씨름 끝에 가까스로 여야 동수 (同數) 구성엔 합의했으나 이번에는 민주당 포함 여부를 놓고 다투느라 여태 공식출범도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대선 전에 과연 고비용정치구조를 깰 정치개혁이 정말 이뤄질는지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마저 이른바 '떡값' 에 대한 처벌조항을 빼버려 이래저래 정치권의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개혁문제는 여야가 흐지부지하거나 적당히 하는 시늉만으로 넘어갈 수는 결코 없는 문제다.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 다시 돈쓰고 탈법할 무수한 구멍을 남겨놓은 채 대선을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여론이 용납치 않을 뿐만 아니라 당장 청와대쪽 공기도 심상찮다.

지난주 홍사덕 (洪思德) 정무장관이 정치개혁이 좌초되거나 여야당략에 따른 누더기 타협안이 될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이른바 '중대결심' 이 그냥 엄포가 아니라 강도 (强度) 높은 개혁안을 정부가 주도해 정치권에 강압하는 형태로 밀고 나가는 사태가 되면 정치권은 국민앞에 도매금으로 망신을 당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의 그런 정치개혁실패는 각당 대선후보들의 이미지 실추와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그럴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우리는 본다.

더이상 민주당 참여문제와 같은 지엽적 사항으로 특위를 표류시켜서는 안된다.

야당은 특위구성의 여야동수를 합의한 이상 야당 몫에 민주당참여를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야당이 아니라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하루빨리 특위를 공식가동하고 시민단체나 사회각계가 주장하는 내용을 수렴해 개혁입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떡값 처벌조항도 살려야 하고, 정치자금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도 두어야겠다.

정당 유급 (有給) 요원과 유급선거운동원 수도 줄여야 한다.

여야의 체중 (體重) 이 실린 정치개혁작업이 빨리 본격화되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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