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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타기 겁난다…운행사고 사흘에 한번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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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7일 오전5시5분 서울성동구성수동 지하철 2호선 성수역 구내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새벽 을지로방향 첫 출발 전동차를 탄 기관사 許모 (40) 씨가 신호를 잘못 보고 다른 선로로 진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황한 許씨는 서둘러 전동차를 후진시켰으나 선로 분기선 (分岐線)에 걸린 뒤쪽차량 1량이 탈선하는 바람에 지하철운행이 8시간동안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다행히 승객들이 타고 있지않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위기일발의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5일뒤인 12일 오후8시53분쯤에는 국철 1호선 구일~개봉역 구간에서 전동차 윗부분의 전기케이블이 단선되는 바람에 지하철 운행이 1시간40분동안 중단돼 퇴근길 3만여명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하루뒤인 13일 오후에는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전동차 진행방향을 바꿔주는 신호변환기가 고장나 1시간40분동안 지하철운행이 또 중단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잇따르는 서울지하철사고에 시민들은 불안하다.

특히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불과 1주일사이에 세차례나 지하철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지하철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는 지하철 사고원인도 신호.전기고장등 단순 사고에 불과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역사내 화재와 전동차 충돌등 대량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사고유형으로 바뀌고 있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3일 오후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지하1층 변전실에서는 냉방을 담당하는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려 화재가 발생, 1시간25분동안 승객과 행인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을 벌였고 4, 5, 6월에도 시청.광나루.신도림역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까지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지하철 화재사고가 올들어 벌써 4건이나 일어난 것이다.

사고건수도 올들어 지금까지 서울지하철에서만 22건이 발생, 지난 한햇동안의 21건을 이미 넘어섰고 철도청 소관 1호선 전철에서 올해 발생한 44건을 포함하면 3일에 1건꼴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교통환경센터 최정한 (崔廷漢) 사무총장은 "사고가 잦은 것은 서울시가 지하철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시설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채 과거 70년대 시설과 운행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 라고 말했다.

崔총장은 "게다가 승무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해 피로가 지나치게 누적돼 있는 것도 인재를 높이는 한 요인" 이라며 "사고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시설보완과 사고예방체계를 철저히 갖추는것이 가장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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