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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동남아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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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쾌속 질주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 국가들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국 쇼크'의 예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더라도 이들 국가에는 꼭 나쁜 뉴스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동남아 국가들은 1분기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도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수출 호조로 고성장=동남아 경제는 여러 차례 좌절을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주요 국가의 경제는 파탄이 났고, 회복 기미가 보였던 2001년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홍역을 치렀다. 요새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고유가가 이들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동남아 경제가 의외로 잘 버텨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싱가포르 7.5%, 말레이시아는 7.6%에 달했다. 태국.베트남도 7%대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경제가 약한 필리핀(6.4%)과 인도네시아(4.5%)도 좋은 성적을 냈다.

동남아 국가들이 이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지난해 이후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와 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50%, 필리핀은 100% 늘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동남아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수출이 늘긴 했지만 전체 수출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이라며 "서구 경제권이 갑자기 침몰하지 않는 한 동남아 국가들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도 변수이지만 유가가 오르면서 이들 국가가 많이 수출하는 팜유.고무.쌀의 국제가격도 크게 올랐다. 유가 상승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본시장 활기=시장조사회사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동남아에서 54억달러 규모(116건)의 주식발행이 이뤄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나 급증했다.

M&A는 규모로는 한국.중국.대만 등이 포함된 동북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건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동남아 경제가 이처럼 상승세를 타자 이들 지역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의 미국 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앞으로 2년 내 동남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가별로는 말레이시아에 주재한 미국 기업들의 낙관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9%가 말레이시아 경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는 86%, 베트남은 78%, 태국은 61%를 기록했다. 그러나 필리핀은 응답자의 43%가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걸림돌은 '내부의 적'=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은 외부가 아닌 국가 내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에서는 국유기업의 민영화 정책이 실패하자 곧바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빈번히 발생하는 민중폭동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으며, 특히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부 정책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로 흐르고 있다.

필리핀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재정적자, 인도네시아는 부패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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