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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⑥ 기업서 인수 후 개혁 속도 내는 박범훈 중앙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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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만난 사람 = 양영유 교육데스크

-호봉제를 폐지하고 연봉제를 도입해 교수들이 긴장하고 있다.

“교수를 ‘철밥통’이라고 하는데 옛날 얘기다. 교수 좋은 시절 다 갔다. 교수들도 안다. (우리가)명예를 회복하려면 교수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본연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매년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을 없애고, 제로베이스에서 업적과 실력을 평가할 것이다.”

-교수 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

“하반기에 교원업적평가위원회를 본부와 계열별로 가동한다. 960여 명 교수 전원의 연구·교육·봉사 성과를 평가해 이듬해 연봉에 반영한다. 등급은 S(상위 5%), A(20%), B(65%), C(10%) 네 개다. C등급을 받으면 임금이 동결된다. S, A, B 등급만 연봉이 차등 인상된다. S와 A 등급에게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 똑같은 10년차 교수라도 연봉이 최대 5000만원까지 차이가 날 것이다.”

-교수들의 반발은 없나.

“연봉제는 교수를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다. 잘하는 교수에게는 더 좋은 기회다. 피곤해하는 교수도 있겠지만 대의에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 요즘 연구실 불이 밤 늦게까지 켜져 있어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교수들 사이에 연구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1년에 학술진흥재단 등재지에 논문 두 편을 못 쓰면 교수 그만둬야 하지 않겠는가.”

-교수만 바뀐다고 대학이 발전할 수는 없다. 학생 실력도 중요하다.

“물론이다. 올해 신입생부터 기초회계학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정했다. 박용성 재단 이사장의 아이디어다. 전공대로 취직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회사에 들어가도 가장 먼저 부닥치는 문제가 회계다. 그걸 해결해 주려는 것이다. 대학들이 취미 성격의 교양과목을 개설해 왔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교양과목부터 개편해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겠다.”

-‘공부하는 대학’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융합교육을 목표로 신입생부터 복수전공을 의무화한다. 두 개 전공을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을 안 시킬 것이다. 학사경고 기준 평점도 1.5에서 1.75로 올렸다. 2012년까지 2.0으로 강화한다. 학점 인플레를 막기 위해 D와 F 학점도 5% 의무 할당한다. 대학은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업자만 양산한다. 비싼 등록금 내고 들어온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대학의 책임이다. 그걸 소홀히 하면 대학 자격이 없다.”

-중앙대가 침체돼 있었고, 색깔도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2년간 주인 없는 대학이 됐고 위상도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두산이 학교를 인수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교수와 학생 분위기가 좋아졌다. 중앙대 출신은 근면하고 인간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참된 인간성이 우리 대학의 색깔이다.”

-최근 2단계 두뇌한국(BK)21사업에 6개 사업단이 선정됐다. 변화의 전주곡이라 볼 수 있나.

“BK21사업 초기에 문화예술 분야 하나만 되고 나머지는 모두 탈락했다. 참담했다. 그래서 선도연구단을 만들어 연구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20개 팀을 만들어 연간 25억원을 지원했다. 2, 3년 대비한 것이 성과로 나타났다. 이전 재단에서 20여 년간 교육투자를 못 해서 교수월급, 등록금, 교육환경 등이 경쟁대학보다 낮았다. 박 이사장은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하자고 했다. 연구개발(R&D)센터도 짓는 등 학교 지도가 바뀌고 있다.”

- ‘두산 효과’가 있다는 얘기인가.

“올해 입시에서 특목고 출신 지원자가 3000명이 넘는다. 지난해의 세 배다. 구성원의 마음자세도 달라졌다. 구심점이 생기니까 총장으로서 교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교수 연봉제도 두산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두산의 기업 마인드가 대학 운영에 어떻게 접목되나.

“기업정신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사회의 흐름을 대학이 리드해야 한다. 다른 짓 하면 학교는 망한다. 대학은 사회의 빠른 변화에 대한 대응속도가 느렸다. 대기업의 빠른 변화를 배워야 한다.”

-개혁의 핵심은 총장인데, 박 이사장만 부각되는 게 아닌가.

“이사장의 의지와 지원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 대학 개혁에 대한 마음이 맞았다.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자는 뜻도 일치했다. 그래서 총장을 그만두려다 다시 맡게 됐다. 이사장도 붙잡았다. 내가 유능해서가 아니다. 개혁에 대한 약속은 지키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잘만 하면 10년, 20년 더 해도 좋다고 하더라. 그게 기업 마인드다. 내 임기는 이사회에서 일단 2년으로 했지만, 보직교수들은 임명장에 임기가 적혀 있지 않다. 발령 날짜만 있다. 임기에 구애받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박 이사장이 ‘총장 위의 총장’이라는 말도 있다.

“이사장이 나서니 더 좋은 일이다. 박 이사장은 매주 목요일 열리는 총장단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그런 이사장은 거의 없다. 전 직원에게 자신의 e-메일을 열어놓았다. 교수 임용 심사에도 참여해 즉석에서 결과를 보고 사인한다. 투명한 교수 임용을 위해서다.”

-2018년 100주년이다. 어떤 발전계획을 마련했나.

“‘CAU 2018’이라는 장기발전계획을 만들었다. 중앙인(개인 교육경쟁력 강화)·중앙터(하남 신규캠퍼스 조성)·중앙팀(세계적 연구집단 육성)·중앙틀(모든 것을 지원)의 네 단위로 비전을 마련했다. BK21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특성화 연구집단을 만들 것이다.”

-2018년 하남캠퍼스가 생기면 학과 통폐합을 하나.

“유사 학과 통합은 시작했다. 안성캠퍼스의 행정학과·독어과·불어과를 서울캠퍼스와 합쳤다. 안성캠퍼스의 건설대도 공대로 통합했다. 하남캠퍼스 설립은 서울과 안성 캠퍼스의 유사학과를 합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학문단위 구조조정을 비롯해 혁명적인 구조개혁을 할 것이다.”

-등록금을 일부 인상한 걸로 알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은 동결하고, 다른 계열은 물가상승률 정도만 인상하기로 했다. 등록금 올린 만큼 장학금을 늘리기 때문에 반발은 없을 것이다. 장학금 규모를 지난해 45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렸다. 등록금 인상분 50억원에 재단이 20억원을 보탠 것이다. 릴레이 장학금도 올해 처음 실시한다. 재학 중 자신이 학교에서 대여 형태로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후배에게 자신이 받은 장학금을 돌려주는 형태다.”

-대입 자율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어떤 입시안을 구상 중인가.

“수시모집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고, 논술시험을 계열별 특성에 맞게 실시할 예정이다. 지자체와 고교장에게 추천권을 줘서 지역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는 지역균형 선발도 확대한다. 학과 단위에서 상위 대학을 이길 수 있는 특성화된 학문단위를 육성해 우수 학생을 유치하겠다.”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한 입장은.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자율화돼도 도입 안 한다. 기여입학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등록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입과 지출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중앙대 로스쿨 건물은 규모가 최고다. 3월 개원 준비는 잘 돼 가나.

“600억원을 들였다. 그런데 정원이 너무 적다. 50명이다. 지역균형을 고려해 정원을 배정한 것은 문제다. 해당지역 출신이 한 명도 없는 로스쿨도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평가를 통해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

정리=정현목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박범훈 중앙대 총장=1948년 경기도 양평생.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을 작곡한 음악인으로 유명하다. 중앙대와 일본 무사시노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했다. 국악 대중화·세계화에 힘써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 ‘대한민국 문화예술인상’ 등을 받았다. 서울국악예고 이사장을 맡으며 교육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장·부총장을 거쳐 2005년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첫째딸과 둘째딸이 중앙대에서 국악을 전공했으며, 막내딸도 중앙대 진학을 목표로 무용을 배우는 ‘중대 가족’이다. 4년간 CD를 들고 다니며 400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모았다. 기부자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이 들어있는 CD 세트 ‘박범훈의 음악세계’를 선물한다.



문화예술 ‘간판’ 굳히고 IT·BT 새로운 브랜드로

 중앙대는 전통적으로 문화예술·콘텐트 분야에 강점이 있다. 연극영화학부와 신문방송학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51년 전통을 자랑한다. 예술계와 언론계에도 동문이 많이 포진해 있다.

중대는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콘텐트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성화 분야의 대표 얼굴은 2007학년도 서울캠퍼스에 만들어진 미디어 공연영상대학이다. 예술대학의 연극영화학부와 정경대학의 신문방송학부를 따로 떼어내 한 대학에 합쳐 놓은 것이다. 두 학문이 같이 편제된 대학은 중앙대가 유일하다.

‘공연영상 중심의 융합교육을 통한 차세대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이 대학은 2005년 정부의 수도권대학 특성화 지원사업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2008학년도까지 121억원을 지원받았다.

첨단영상대학원은 예술적 감성과 공학적 감각이 융합된 학문을 가르친다. 2006년 2단계 BK21 사업에서 디자인·영상분야의 최우수사업단으로 뽑혔다. 디지털이미징·게임공학·예술공학·영화 제작·애니메이션 제작·컴퓨터 특수효과영상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성과 중심의 사업단 구성과 적극적인 벤처창업 지원으로 산학 협동의 대표 학문으로 꼽힌다.

올해 만들어진 문화콘텐트 융합전공(학부 과정)은 다양한 문화자원을 산업화된 문화콘텐트로 가공하는 인력을 양성한다. 창의적인 문화콘텐트 기획자·스토리텔러 등 문화산업의 인재를 키워낸다는 목표다. 금융공학 융합전공(학부과정)은 자본시장 개방 확대에 따라 금융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올해 개설됐다. 에너지 관련 석·박사 과정이 신설된 재생에너지학과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환경·대체 청정에너지 개발 전문인력을 키워낼 계획이다. 기업 맞춤형 커리큘럼을 갖추고 기업체 박사급 인력을 겸임교수로 초빙했다. 윤경현 기획처장은 “문화예술·콘텐트 분야의 강점을 계속 유지하면서 IT·생명과학 분야로도 특성화 분야를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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