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는 39개(대표 클래스 기준). 이 중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건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식1’ 펀드다. 기라성 같은 대형 성장주 펀드를 제치고 미래에셋의 유일한 중소형주 펀드다. 올 들어 18일 현재의 수익률은 7.27%. 동양투신운용의 중소형고배당주식형 펀드도 같은 기간 10.8%의 성적을 거뒀다.
2004년과 2005년을 풍미했던 중소형주 펀드가 다시 빛을 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18일까지 주식형 중소형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55%.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0.2%)을 크게 앞질렀다(표 참조). 중소형주 펀드는 주식 시가총액이 1000억원을 밑도는 중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펀드다.
◆실적 왜 좋은가=무엇보다 지난해 10월 주가가 폭락할 때 중소형 주식이 더 많이 떨어졌다가 반등한 게 중소형주 펀드 강세의 가장 큰 요인이다. 중소형 주식이 헐값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자 자산운용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이자산운용 임은미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10월 세방전지와 아트라스BX를 헐값에 산 뒤 지금까지 보유한 게 수익률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세방전지와 아트라스BX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19일 현재까지 각각 141%, 92% 상승했다. 알리안츠GI자산운용이 지난해 매수한 대표적인 종목은 SFA와 KH바텍. 같은 기간에 SFA가 116%, KH바텍는 9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실적보다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이슈였다. 따라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했다. 그래서 지난해 1년간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지수가 53% 떨어질 때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지수는 41% 하락한 데 그쳤다. 그러나 올 들어 형세가 바뀌었다. 대형주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이 급속히 위축된 데 비해 코스닥 중소형주들은 정부의 녹색뉴딜정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또 증시가 어려울 때 일어나는 현상인 ‘테마 주’ 붐이 중소형주에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생명공학 관련주까지 가세했다.
◆한계도 있다=중소형주 펀드는 나름의 단점이 있다. 수익률의 등락 폭이 큰 데다 돈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리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도 한다. 국내 대표적 중소형주 펀드인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 펀드가 그런 사례다. 2004년 8월 설정된 이 펀드는 2005년 10월까지 펀드 시장의 스타로 군림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60%일 때 이 펀드는 19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연히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몸이 비대해지자 적색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리자산은 2005년 10월 초 신규 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기존에 적립식으로 가입한 고객의 돈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꺼번에 맡기는 거치식 투자가 막히자 적립식으로 한 달에 1억원씩 불입한 투자자도 등장했다. 이 후 이 펀드 수익률은 급격히 둔화됐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중소형주 펀드가 커지면 펀드가 편입 종목의 주가를 결정하게 돼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별 평균 시가총액보다 중소형주 펀드 규모가 커지면 펀드 운용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 들어 발생한 중소형주 펀드 열풍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시각도 많다. 유리자산운용 인종익 펀드매니저는 “정보기술(IT) 붐이 일었을 때는 실적이 없는 중소형주들이 무턱대고 올랐지만, 요즘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코스닥의 중소형주들은 신성장동력을 갖춰 글로벌 경기 한파에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희성·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