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얼굴 못알아봐 흉터로 가족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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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로 희생된 탑승객중 10명이 싸늘한 주검이 돼 사고발생 8일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송환된 13일 시신이 안치된 각 병원 영안실은 통곡의 바다를 이뤘다.

새벽부터 기다리던 유족들중 일부는 극도의 긴장과 흥분탓인듯 유해가 도착하기도 전에 실신했으며 유해의 얼굴이 일그러져 알아볼수 없어 신체 다른 부위의 흉터로 가족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13일 오전 시신과 함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유가족 41명은 침통한 표정으로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으며 일부 유족은 새삼 감정이 북받쳐 오른듯 계류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했다.

시신은 일반승객 86명이 모두 내린 뒤 오전 7시쯤부터 비행기 화물칸에서 공항내 화물수송용 리프트카로 내려진 뒤 미리 대기하고 있던 119구급차 9대에 차례로 실려 고대안암병원.이대목동병원등 서울시내 4개병원으로 옮겨졌다.

…여승무원 3명의 유해가 안치된 서울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영안실에는 이날 오전 7시40분쯤 한경진 (25) 씨의 유해를 기다리던 어머니 편해순 (51.경기도안양시평촌동) 씨가 갑자기 실신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박은아 (朴恩雅.23) 씨의 아버지 박춘서 (朴春瑞.51.육군원사) 씨는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져 목에 있는 사마귀와 오른쪽 무릎의 상처로 딸임을 알았다" 며 부인과 함께 오열했다.

…서울대의대 치료방사선과 레지던트 劉서윤 (27.여)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는 서울대의대 교수와 동료등 30여명이 劉씨 가족을 위로했다.

劉씨가 휴가를 떠나기전 맞교대 했던 박석원 (朴碩沅.31) 씨는 "떠나기 전에 웃으면서 '맘껏 자보고 싶다' 고 하더니 그게 마지막일 줄은…" 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3일 오전9시20분쯤 국민회의 광주동구지구당 관계자 21명 가운데 처음으로 광주시동구 의원 곽성재 (郭成才.47) 씨의 시신이 광주공항에 도착하자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던 유가족과 당직자들은 흐느껴 울었다.

부인 李오봉 (46) 씨, 아들.딸 등 유가족들은 현지에서 郭씨의 시신을 수습해 온 장남 열희 (20.서울대 전기공학1) 씨와 함께 관을 붙들고 통곡, 주위 사람들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88체육관에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분향소를 찾아 중앙에 마련된 합동위패 앞에서 분향한 뒤 유가족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위로. 이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를 비롯,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고건 (高建) 총리등 각계 인사들이 잇따라 방문, 유가족을 위로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 이에앞서 유가족들은 오전 9시30분쯤 신한국당 의원들의 사고비행기 잔해 앞 기념사진촬영에 항의,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대표의 조화를 분향소 바깥으로 끌어내고 리본을 뜯어내 팽개쳤다.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조중훈 (趙重勳) 한진그룹 회장도 이날 오전9시쯤 최종 준비작업 상황을 점검하고 분향을 한 뒤 개소전에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뒤늦게 이를 안 유가족들은 "노환으로 거동도 못한다더니 어찌된거냐. 지금이라도 공식 사과하라" 며 趙회장의 조화를 분향소 바깥으로 들어냈다.

…13일 새벽 괌공항에서는 송환대상 시신 일부가 뒤바뀌는 바람에 유족들의 항의로 출발이 지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유족들은 "대한항공이 당초 10구의 시신만 본국으로 옮기기로 해놓고 송환절차가 끝난 12구의 시신을 모두 서울로 나르려 했으며 특히 이 가운데 1구는 송환대상자가 아닌 다른 시신이었다" 며 분노를 터뜨렸다.

유족들은 오전 2시40분쯤 대책본부를 괌공항 1층 로비로 옮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가 구티에레즈 괌 주지사의 사과를 받고 정오쯤 해산.

…태풍때문에 중단됐던 시신발굴작업이 13일 오전부터 일단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진입로 공사등의 조치가 필요해 본격적인 작업이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여객기 동체밑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70여구의 시신을 모두 발굴하는데는 1주일 이상 걸릴 전망.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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