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득보다 실많은 미술품 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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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술품 판매때 종합소득세부과를 앞두고 다시금 논란이 한창이다.

결론적으로 미술품 과세는 미술시장을 마비시키고 예술창작을 무력화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유예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우선 과세동기부터가 문제다.

미술품거래는 부동산투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높은 감식안과 취미, 여기에 애호가 내지 후원자적 자세 없이는 미술품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토지와 미술품거래는 기본자세가 다른데도 이를 동일시한데서 무리수가 생겨난 것이다.

미술품거래 중개상인 화상.골동상은 분명한 상거래자다.

이 점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론은 맞다.

그래서 현재도 이들은 소득세.부가가치세를 내고 있다.

여기에 화가.개인소장자에게까지 종합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예술억압적 장치다.

미국.일본에도 없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귀금속.골동품 매각시 6%의 특별세를 부과한다.

이는 사치품에 대한 과세차원이지 소득세는 아니다.

예술에 관한 한 선진국은 지원위주정책이다.

프랑스 경우 파리근교에 아파트를 신축할 때 예술원회원이면 우선 분양권을 준다.

뉴욕의 빈민가였던 소호가 오늘의 세계적 미술가들이 모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기까지 관계당국은 각종 지원과 세제혜택을 아끼지 않았다.

보호할 가치가 있는 미술품은 옛것이든 지금것이든 보존되고 공유돼야 한다.

일제때 간송 (澗松) 전형필 (全灐弼) 이 막대한 재산을 투입해 문화재를 구입했던 것이 오늘 우리 문화재를 보존한 위업으로 남지 않는가.

미술품의 종합소득세란 미술품 거래의 실명화를 뜻한다.

그런데 현실은 화가.소장자.중개인 모두가 실명을 기피하면서 암거래.뒷거래로 바뀌고 만다.

이는 곧 미술시장의 위축을 가져오고 곧바로 화가의 생업을 위협하게 된다.

심각하지도 않은 미술품투기를 막기 위해 미술계 전체를 마비시켜도 좋은 것인가.

지금 우리 화단이나 화랑은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중과세로 억압하기보다 지원과 육성책으로 보호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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