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시장, 各界 勢흡수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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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순 (趙淳) 서울시장이 민주당을 통한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함으로써 대선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조순후보' 가 여야 어느 후보의 표를 더 많이 잠식할지는 미지수지만 특히 야권의 대선전열에 혼선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趙시장의 출마로 야권에서 DJ.JP이외의 '제3의 세력' 이 어느 정도의 크기로 등장할지 관심이다.

그의 보수적 성향상 민노총이나 급진적인 재야단체가 합류하기는 어려우리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趙시장측은 경실련등 시민.사회단체와는 충분히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아래 광범위한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일단 趙시장은 자신의 정치기반으로 민주당을 택했다.

현실정치에서 무소속의 한계를 깊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선관위 국고보조금 33억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유혹 요인이다.

趙시장은 지난주 측근인사에게 "나는 본래 기성정치와는 다른 뭔가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정치가 내 이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며 이같은 뜻을 밝혔다고 한다.

어쨌든 정치조직이 전무한 趙시장으로서는 1백30여개의 지구당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여간 긴요한 게 아니다.

다만 4.11총선이후 위축되고, 포항북 보선에서까지 패배해 '꼬마' '분열' 의 이미지를 갖는 민주당을 완전 재포장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입당전부터 거듭 민주당에 여러 주문을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쯤되자 민주당은 "대선후보는 물론 당권까지도 趙시장에게 모두 위임하겠다" (李基澤전총재) , "趙시장이 경선을 원치 않는다면 내가 구태여 경선을 고집하지 않겠다" (李富榮부총재) 고 나섰다.

趙시장영입을 통해 '제3야권의 중심세력' 으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趙시장은 우선 국민통합추진회의 (통추.대표 金元基) 를 자연스레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여러 세력' 을 두루 망라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趙시장측은 그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한학모임' 등 단체들과 각종 시민단체를 대거 자신의 캠프로 이끌기 위해 그동안 물밑에서 교섭을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정치권의 후보가 아닌 '국민후보' 라는 이미지를 창출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신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후 선대위를 확대발족하는 단계에서 이들을 영입할 계획이다.

당명 (黨名) 개정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신당을 창당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그렇다고 현 '문패 (민주당)' 를 그대로 달고 나가는데는 하자와 한계가 많으므로 신당창당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보다 많은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당명변경을 생각하는 것이다.

한편 趙시장 주변에선 국민회의 비주류나 자민련 TK의원들과의 연대얘기도 심심치않게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까진 구상수준이다.

비록 민주당을 업기는 했지만 각종 학술단체.소장학자들.정치지망생들이 주축이 된 趙시장 주변의 아마추어 그룹이 현실정치의 벽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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