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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감정은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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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릭 미첼(Derek J. Mitchell) CSIS (美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국제안보프로그램 수석 연구원

□핵심 주장: 점증하는 한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한미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같은 동맹관계의 감정적 파탄은 한미 양국 모두에게 심각한 불이익 혹은 피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I. 대중의 감정은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의 반미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

-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가 세대교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됨.

- 감정적이고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 문화

- 열강들에 의해 유린되었던 근현대 한국역사에 대한 자각심

- 한국의 급속한 정치. 경제. 사회적 발전에 대한 자부심

- 한국민들은 더 이상 미국과 한국을 형–동생 관계로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음

- 한국민들은 최근 미국의 정책들을 거만하고 일방주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의 이익과 한국민의 감정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인식

- 북한과 북핵사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관점의 차이:
◎ 미국: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국제 평화와 핵무기 확산에 끼칠 영향들을 우려

◎ 한국: 한반도의 평화가 주 관심사. 북한을 예전처럼 안보의 위협으로 느끼지 않음. 미국의 정책이 한반도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민감함. 일부 한국민들은 미국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방해하는 존재로 간주

□최악의 경우 한국의 대중적인 반미감정은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특히 북한의 존재가 더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2002년 후반과 2003년 초반처럼 감정싸움으로 발전하여 한미동맹을 파탄시킬 수 있다.

II. 한미동맹에 어떤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가?

□한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한미동맹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예상되는 결과:

1. 단기적 관점:
- 북한은 지난 50년간 체제 유지를 위해 노력했음. 남한의 점증하는 반미 추세는 북한으로 하여금 현재의 이간정책이 성공적이라고 믿게 할 가능성이 높음. 따라서 북한은 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통해 남한 내부의 혼란을 부추기는 전술을 고수하게 될 것임.

- 한미간의 긴밀한 경제관계를 고려할 때, 한미동맹의 지속은 모두에게 이익이 됨.

◎ 한국: 현재 미국의 군사력으로 보호받고 있는 해로들을 통해 대부분의 석유 수입과 국제무역을 하고 있음.

◎ 미국: 한국은 미국의 일곱번째 교역상대이며 여섯번째로 큰 수출 시장임.

2. 장기적 관점

- 동아시아의 안보는 지금까지 미국과 그 지역 국가들의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존속되어 왔음

- 한미동맹이 약화되거나 파기될 경우, 동북아시아에는 전략적 공백과 전통적인 지역 경쟁의식에 따른 힘의 균형 (balance-of-power game) 외교가 진행될 수 있음. 이러한 상황은 동북아 지역의 전반적인 안정과 상호신뢰의 환경을 위협할 것임.

- 한미동맹의 파기는 미일 관계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임. 특히 한미동맹이 상호간의 합의가 아닌 민중의 강요로 파기될 경우 일본의 지도자들 역시 자국민들로부터 일본의 전략적 입장을 재고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임

- 만약 한미동맹이 파기된다면:

◎ 미국

지난 수십년간 국제사회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의 행사를 용이하게 해준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적. 군사적 이득권을 잃게 될 것임.

◎ 한국

1) 한국은 중국과 같은 새로운 지역 강국과 동맹을 맺거나 전략적 중립을 통해 정치적 독립을 획책할 수 있음.

2) 그러나 한국은 역사적 경험 때문에 중국을 신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전략적 중립에 대한 불편한 역사 또한 가지고 있음.

3) 한국이 전략적 중립을 지향한다면 막대한 재정적.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주변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를 강화 할 수 밖에 없음.

4)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 공백 뿐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른 정신적 불안감을 극복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어야만 함.

5) 그러나 한국은 그런 전략적 상황 변화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음.

□결론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민주적인 한국은 앞으로 북한 문제 외에도 에너지 안보, 교역을 위한 해로의 안전,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탈국가적 테러리즘, 인도주의 지원 등의 많은 안보 이슈들을 미국과 공유하는 매우 중요한 우방임. 따라서 반세기 동안 깊게 맺어진 동맹 관계가 극에 달해 있는 이 시점에서 감정적인 대립으로 인해 두 나라가 국제적인 중요한 문제들보다 상호간의 문제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는 두 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해를 끼칠 것임.

*출처: CSIS (美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번역: 유태상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인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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