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술사자격시험 최종합격한 외국인 高아네모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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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경사란 직업은 디자인감각도 중요해요. 그래서인지 외국에선 조경사의 50% 이상이 여성이죠. 그런데 한국에선 관계법령등에 대한 이해가 좀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같더군요. " 지난달 실시한 50회 기술사자격시험에서 외국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최종합격자 명단에 오른 高아네모네 (42.유한회사 오이코스 책임조경사) .기술사자격시험은 일명 '기술고시' 로도 불릴만큼 까다로운 시험.

"사실 미국 조경기술사 (PE) 자격증도 가지고 있고 조경기술사이면서 회사 대표인 한국인 남편 (高州錫.55) 덕분에 실무에 큰 불편은 없었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프로직업인' 으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은 것같아 뿌듯합니다."

독일의 중세풍 소도시 밤베르크 출신인 그녀는 스웨덴.미국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남편을 만난 것도 12년전 일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였다.

"아직 한국에선 조경사라고 하면 정원설계사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엄밀히 말하면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직업입니다.

특히 저는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것인가를 중시해요." 그래서 건축물의 대지 설계 전단계부터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그의 일 처리방식. 콘크리트 처리를 끝낸 곳에 나무 몇 그루와 조각품으로 어설프게 모양만 내주는 것은 소용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합작품인 삼성서울병원 뜰과 테헤란로의 포스코빌딩 옥외정원등은 대표작들. 인위적인 미와 자연미를 잘 조화시킨 한국의 전통 조경기술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남편이 무심코 지나치는 전통미를 일깨워주곤 할 정도.

"우리집 작은 정원엔 잔디도 안 깔았어요. 한국꽃들을 심고 가운데 커다란 단풍나무 한 그루를 심었죠. 나무그늘에서 느끼는 정취야말로 조경디자인의 좋은 모티브죠."

요즘 서울에선 그런 정취가 사라져 가 안타깝단다.

슬하에 6세.2세인 아들 형제가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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