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리한 운항이 사고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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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문기관의 공식적 원인규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여론은 항공사의 무리한 운항과 조종사의 미숙으로 사고원인을 몰아가는듯 하다.

사고기의 블랙박스 분석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은 금물이다.

국익차원에서나 진상파악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과는 관계없이 항공기추락과 같은 대형사고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면서 항공사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유무형의 막대한 피해를 몰고 온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최근의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벌인 무리한 증편과 잦은 운항은 앞으로도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항공은 7, 8월 성수기에 맞춰 평소보다 1백30회 증편을 했다.

무리한 증편을 하면 현지 공항사정에 어두운 투입을 하기 쉽다.

사고기 조종사는 최근 7년간 괌 출항이 단 두번이었다고 한다.

같은 날 사고기 보다 20분 늦게 떠난 아시아나항공은 괌공항의 자동유도장치가 고장난 것을 미리 알고 비행관리시스템 (FMC) 장치를 가동했기 때문에 안전착륙을 했다고 한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사고기는 이런 장치도 없이 육안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고기의 운항일지를 살펴보면 4일 서울~제주를 두번이나 오갔다.

그날 밤 다시 앵커리지로 갔다가 5일 오후2시30분쯤 김포로 돌아와 다시 제주비행을 하고, 7시27분에 귀경했다가 8시20분쯤 괌으로 떠났다.

기내 청소와 기내식 준비에만 30분이 걸리고 최소한의 기체점검과 출발상태 확인만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사고기는 쉴새 없이 돌고 돌았다는 얘기다.

안전점검과 정비과정이나마 제대로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 항공기만 분주히 돌아다녔겠는가.

지금 국내외를 운항중인 여객기가 대부분 이런 사정이라면 앞으로 또 어떤 대형사고를 부를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이같은 잦은 운항이 이번 참사의 주범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리한 운항이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운항 횟수를 조절하고 정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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