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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추락참사]괌공항 어떤 문제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한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괌 공항의 노후된 시설과 관제능력등을 감안할때 관제과정도 사고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괌에 취항했던 조종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3만1천~3만7천피트에서 순항하다 공항 20마일 전부터 착륙태세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관제절차를 밟게된다.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서서히 고도를 내려 7천~1만피트에서 랜딩기어를 내린후 5천피트 상공에서 플랩을 모두 편채 최종 접근 (파이널 어프로치) 태세에 들어간다.

계기착륙장치 (ILS)가 가동되는 것은 고도가 2천피트에 다다르는 공항전방 5마일 (8㎞) 시점. 활공각과 고도를 알려주는 글라이드슬로프, 활주로 방향을 지시하는 로컬라이저등에서 무선으로 전송되는 정보는 자동항법장치의 컴퓨터를 통해 기장에게 전달된다.

기장은 2.5~3도의 하강각도를 유지한채 활주로에 정밀 접근해 착륙하게 된다.

착륙과정에서 관제사는 레이더를 보며 무선으로 더욱 정확하게 접근경로를 지시한다.

이같은 절차는 세계 어느 공항에서나 공통이지만 착륙을 위한 구체적인 수치는▶계기 시설▶지형▶기후등 공항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최소 시정거리의 경우 김포공항은 5백50m인데 비해 괌공항은 8백m이며 착륙 강행여부를 결정하는 고도도 김포는 2백피트지만 괌은 4백56피트나 된다.

괌공항 근처에는 대한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인 니미츠 힐과 7백24피트 높이의 미해군 통신탑등이 있어 더 먼 시정거리와 착륙고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7일부터 ILS의 일부인 글라이드슬로프가 작동을 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 수치들은 최소시정 1천2백m, 구름높이 5백60피트로 강화돼 있었다.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쳐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최근 괌까지 운항했던 기장들은 "잦은 열대성 폭우와 활주로 앞 장애물, 유도장치 고장등 부담스러운 요인이 많았다" 고 입을 모았다.

조종사들은 이밖에 괌 공항의 시설과 관제능력에도 큰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괌 공항에는 돌발상황등을 관제사가 직접 파악해 조종사에게 경고할 수 있는 레이더 관제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최근 미해군 항공기지가 철수하면서 정밀 레이더를 함께 가지고 떠나 정확도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괌 공항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민간 관제사들이 B747같은 대형항공기를 관제하는 공항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자격증을 갖춘 관제사들을 고용하고 있어 규정상 문제는 없으나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관제하는 것처럼 최상의 조건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이에따라 항공 관계자들은 "정확한 사고원인은 블랙박스를 해독한 후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추락한 대한항공기의 조종사는 관제과정에서 최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고 입을 모았다.

김창우.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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