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안희정에 여러 차례 돈 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이 안희정(45)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거액의 돈을 건넸음을 시인했다. 강 회장이 안 최고위원에게 7억원 이상을 제공한 것으로 검찰이 파악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2월 17일자 1, 8면)와 관련해서다.

강 회장은 17일 CBS와의 통화에서 “전체 액수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안 최고위원이 추징금이나 전세금 등 어려운 형편을 얘기했을 때 돈을 빌려 줬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빌려 줄 때 골프장 직원에게 회사 자금에 여유가 있는지, 문제가 되는지를 확인한 뒤 온라인 송금 등으로 투명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며 “회사 장부에도 이 같은 거래 내역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어 “친형제 같은 사이여서 차용증이 필요하지 않았고, 안 최고위원도 추징금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두세 달 뒤에 온라인 송금 등으로 갚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안 최고위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청수 대전지검 1차장검사는 “(안 최고위원이 돈을 받은 행위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대상이 되는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가 되려고 하는 자도 정치자금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안 최고위원에게 건넨 돈 중 상당 부분이 정치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안 최고위원이 18대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강씨로부터 돈을 받아 논산에 주거지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18대 총선 때 논산-계룡-금산에서 입후보하려 했으나 민주당의 공천 심사에서 탈락하자 출마를 포기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안 최고위원이 2006년 말 출소한 뒤 여러 차례 취직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강 회장의 회사(시그너스 골프장)에 사외이사로 등록해 급여를 받았다”며 “전세자금 등을 위해 빌린 돈은 돌려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자신의 보좌관이 안 최고위원에게 은행 계좌를 제공한 것에 대해선 “내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지만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부담이 됐다”며 “안 최고위원이 송금받은 계좌는 보좌관의 월급 통장 계좌였다”고 덧붙였다. 

대전=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