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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관광으로 녹색성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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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는 이제 IT, BT, NT, CT를 지나 GT(Green Technology)를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그린 비즈니스’를 통해 500만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주요 국가는 물론 일본과 중국도 저마다 미래전략으로 ‘Green’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16일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성장이란 화두로 인해 관광의 패턴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바로 녹색관광(Green Tour)이다. 환경파괴를 억제하고 자연상태 그대로를 관찰하고 체험하는 방식, 즉 ‘흔적을 남기지 않는 여행’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생태관광 형태로 시작됐으며, 요즘엔 지역별 전통 문화까지 포함시킨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스페인이다. 세계 최고의 녹색관광 지역으로 알려진 바르셀로나에서는 도심의 차량통행을 줄이기 위해 모든 주차장을 유료화하고 주차비를 대폭 올리는 한편 차도를 줄여 람불라스(보행자도로 및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규모는 세계 13위 수준이지만, 관광경쟁력은 130개 국가 가운데 31위에 머물고 있다. 우리 정부도 문화와 관광산업의 핵심 요소에 ‘Green’ 개념을 도입해 고부가가치 녹색관광 문화 확산, 생태문화도시 개발, 재생에너지 생산지의 관광 자원화, 콘텐트 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등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위기 돌파의 새로운 국면을 녹색관광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과 민간 등 3개 부문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중앙정부가 먼저 자연자원의 관리 보존을 위한 큰 틀의 정책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정부는 주로 인프라 구축 정책을 개발하였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미래가치와 함께 어우러지는 녹색성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4대 강 유역의 문화관광개발계획도 녹색을 기저로 지역문화와 축제, 그리고 주변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연계한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즉 건강과 지속 가능 개념을 도입해 만들어야 한다.

 둘째, 관련 기업체들은 외형 성장 위주에서 탈피하고 고객과 영속성을 갖는 가치 창출의 경영을 해야 한다. 기업체들은 생명 주기가 짧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창조하기보다 기존 것을 잘 다듬어 새로운 소비자 욕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 이에 맞는 전략적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필리핀은 최근 마닐라의 명물인 ‘지프니’를 녹색자동차로 탈바꿈시켜 외국인을 맞고 있다. 기존 것을 녹색과 조화시켜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 프랑스의 ‘생말로’는 유럽의 일반 해안지역과 비슷하지만 텔라소테라피(해수요법)센터를 건립, 온천과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 치료 관광지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셋째, 국민들은 미래가치로서 녹색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생활 그린레저문화 운동에 나서야 한다.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 지역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도심 낙후지였던 이곳에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회전관람차(Lodon Eye)가 세워지면서 재개발이 이뤄지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돕는 커뮤니티센터가 가동되면서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관광은 한 국가의 산업화, 국가경쟁력, 그리고 국제화를 포괄적으로 보여 주는 동력이다. 환경과 관광을 묶는 상생 모델을 개발한다면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녹색관광으로 성장도 이루고, 세계로부터 ‘GREEN KOREA’로 인정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안경모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교수· 한국컨벤션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