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추락 참사]이륙후 5분,착륙전 8분에 사고 70%나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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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는 착륙직전 발생했다.

"이륙후 5분, 착륙전 8분을 조심하라" 는 항공격언에 나오는 '마 (魔) 의 13분' 에 또 한번 걸려든 셈이다.

'마의 13분' 이란 축구경기에서 전.후반 시작 직후와 종료 직전 골이 터질 확률이 높듯 항공사고도 충분한 추진력을 받은 항공기가 고공에서 순항할 때보다 이.착륙시 사고를 빚을 확률이 높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항공기 운항은 일반적으로 이륙 - 초기상승 - 상승 - 비행 (순항) - 하강 - 최초접근 - 최종접근 - 착륙의 여덟단계를 거친다.

비행시간 비율로는 순항하는 단계가 60%로 가장 길고 이륙과 초기상승단계는 겨우 각 1%, 착륙과 최종접근 단계도 시간상으로는 전체 비행의 4%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행시간 비율로는 6%에 불과한 이.착륙단계에 항공사고의 70% 이상이 집중된다.

미국 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년간 미 국적 항공사의 제트항공기 대형사고 67건중 77%인 51건이 이.착륙 단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이.착륙 단계 사고 51건중 65%인 33건이 착륙단계에서, 35%인 18건이 이륙단계에서 빚어진 사고로 이륙보다 착륙 직전이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륙이란 3백 이상의 항공기를 하늘로 떠올리는 조종술이고 착륙 또한 수천의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젓가락 폭밖에 되지 않는 활주로에 항공기를 정지시키는 것이어서 운항기술의 '꽃' 에 해당한다.

조종사는 이륙할 때 엔진 출력을 최대한 올리고 부양력 장치인 플랩도 최대한 가동, 항공기의 모든 추력을 집중한다.

비행기가 활주를 시작하면 대형 점보기의 경우 대략 시속 3백㎞ 정도의 속도에서 이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때를 '임계점 (臨界点) 속도' 라 하는데 2~4개의 엔진이나 다른 계기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에는 곧바로 이륙을 중단해야 하지만 임계점 속도를 지난후 이상을 발견했을 때는 일단 이륙해 공중에서 연료를 뿌린 후 다시 착륙해야 한다.

이륙 여부를 재빨리 결정하지 못하면 속도를 이기지 못해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벗어나거나 추락하는 사고를 빚기 때문이다.

반대로 3천 이상의 상공에서 시속 9백㎞ 정도로 날아온 항공기를 착륙시킬 때 조종사들은 목적지에 접근하며 속도를 줄이며 고도를 낮추는 하강비행을 한다.

속도를 지나치게 줄이면 고도유지가 힘들고 추락위험이 있어 양력을 유지한 채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조종술을 발휘해야 한다.

착륙이냐 아니냐를 재빨리 결정하지 못하면 줄어든 속도 탓에 양력이 떨어진 항공기가 '쇳덩어리' 로 돌변할 위험에 직면하는 것이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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