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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동 교수의 중국 비지니스 Q&A <16>] 농촌 소득증가의 대안 '향진기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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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의 한 향진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 출신 노동자들

세계는 지금 제2차 세계대전 후 줄곧 세계를 견인해 온 미국의 역할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오히려 주목 받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속사정 역시 보이는 것만큼 밝지만은 않다.

중국에는 이른바 삼대격차라는 지역간·계층간 그리고 도농 간의 극심한 격차가 있다.

특히 제일 문제인 도농 격차 문제는 2004년 공식 집계상으로만 7만4천 건이나 되는 시위·폭동의 첫 번째 원인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자구책을 써 왔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비하다. 이 와중에 위기의 중국 농가를 되살릴 대안으로 향진기업(鄕鎭企業) 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

원저우(溫州) 모델로 더 잘 알려진 향진기업이란 무엇인가?

◇중국 농촌의 거울 향진기업=향진기업이란 농촌의 행정 단위인 향(鄕)·진(鎭)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을 말한다.

원래는 개혁 개방 이전부터 사대기업(社隊企業)이란 이름으로 존재해 왔다. 84년 향진기업으로 이름을 바꾼 뒤부터 시장화 추세에 발맞춰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향진기업은 중국 농민과 함께 성장과 후퇴를 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농촌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농사 외엔 특별한 소득이 없던 농민들을 이용해 기업을 성장시켰다. 농민과 향진기업간의 상생관계는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 산업화란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개혁 중심이 도시로 옮겨가고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향진기업의 성장은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농가소득 역시 급성장하는 중국의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 치며 향진기업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다시 주목 받는 농촌형 중소기업=하지만 최근 향진기업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은 향진기업들이 중국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규모를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이들 향진기업들은 내수 뿐 아니라 대외지향적인 경영전략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소남(蘇南) 모델은 외국자본과 민간자본을 도입해 이른바 첨단산업 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저장성(浙江省) 원저우를 중심으로 하는 원저우 모델과 광둥성(廣東省) 주강(珠江) 삼각주 지역의 주강 모델 역시 지리적 이점과 노동 이점을 살려 도시 전체가 경공업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매년 약 10% 정도의 향진기업 성장을 토대로 농촌의 고용과 생산 증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비록 향진기업의 성장이 농촌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른바 삼대격차라 하는 중국의 고질적인 소득격차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글=박정동 소장·박재정 연구원
인천대학교 중국학연구소 (www.uic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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