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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4자예비회담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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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부터 시작되는 4자회담 예비회담에서 본회담 개최가 합의될 수 있을까. 외무부 고위 당국자는 '반반' 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김정일 (金正日) 의 권력승계가 임박했다는 점이 본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라고 한다.

김정일의 권력승계에 대해서는 현재 '9~10월설' 이 유력하다.

북한 당국은 방북 인사들에게 이같은 가능성을 거듭 흘리고 있으며, 최근 방북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 일행도 이에 동의했다.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추수가 끝나 비교적 식량사정이 넉넉해야 한다.

'왕가뭄' 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선 하루빨리 본회담에 참석하는게 식량사정을 해결하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미 양국은 뉴욕 실무접촉을 통해 이 점을 누누이 강조했고 북한 역시 식량문제는 예비회담 단계에서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미.중 3국은 4일 뉴욕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북한을 본회담에 참석시키도록 노력한다" 고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특히 "예비회담 개최일로 부터 1개월 이내에 본회담을 개최한다" 는 입장이다.

북한이 9월초 본회담 개최와 함께 대규모 식량지원.경제제재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 북한이 본회담에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본회담 개최를 받아들이는게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 보고 있다.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온 북한이 그동안의 논리체계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북한이 최근 이근 (李根) 주유엔 차석대사 성명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기본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들고 나온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한.미 정부는 북한이 주장하는 본회담 참가전의 식량지원을 한마디로 거부하고 있어 이번 예비회담 역시 식량지원을 둘러싼 입씨름이 지루하게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도 이번 회담이 공전되거나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기색이 없지 않다.

지난 4월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4자회담 3자공동설명회 당시 북한대표단이 회의를 4일간 공전시켜 결국 회의도 못한 채 회의실 사용료만 수천달러를 물었던 일을 염두에 두고 이번 회의장소를 컬럼비아대 국제.공공문제대학원 회의실로 하기로 제의했다.

이는 미국이 회의도 없이 돈낭비하는 일을 염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그러나 외무부 고위당국자는 이와관련, "미측은 최근 뉴욕접촉을 통해 몇가지 경제제재 완화방안을 제시했다" 고 밝히고 "정부 역시 예비회담 직후 1천만 달러 (약 90억원) 이상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을 발표할 것" 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식량지원으로 예비회담을 공전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는 뜻이 담긴 조치다.

한편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본회담이 개최되면 장소는 4개국을 순회하며 대표단은 장관급으로 하자" 는등 절차문제를 집중 거론할 방침이다.

예비회담은 5일 각국 수석대표 기조연설및 회의절차 논의, 6일과 7일 본회담 의제설정등을 위한 실무그룹회의, 8일 수석대표들의 평가회의및 결과발표등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첫날인 5일부터 어느 한쪽에서 특정 의제및 사안에 대한 사전보장을 요구하고, 다른 쪽이 이를 반대할 경우 회담은 바로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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