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 김근태의원, 黨·靑 분양가 갈등에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14일 모처럼 목소리를 냈다. 총선 후 통일부 장관 입각을 놓고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정동영 전 의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긴 침묵을 지켜온 그다.

그런 그가 이날은 작심한 듯 오전부터 3쪽짜리 보도자료를 돌렸다. 당과 청와대 간에 혼선을 빚어온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서다. 이날 그는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는 등 평소답지 않은 강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분양원가 공개는 그가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이다.

그는 자료에서 "국민의 최일선에서 민심을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정당은 모든 눈높이를 대다수 서민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자"며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공약을) 바꾸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을 밟아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해법도 내놓았다. 지난 9일 민노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원가 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김 전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고 원가연동제는 개혁 후퇴라는 발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시장논리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도 했다. "정부 추진안도 진전이고, 우리 당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 역시 개혁적"이라는 부연 설명도 있었다. 원가연동제는 건설교통부가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 때 들고 나왔던 대안이다.

그는 또 자료에서 "외부환경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며 "소리 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청 간에 부딪칠 것은 부딪쳐야 한다는 얘기다. "진지하게 마음을 열고 공청회.의원총회.당정협의를 열자"고도 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김 전 대표는 "부동산 투기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반감이 강하다"며 "총선 공약을 별다른 절차도 없이 변경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갑자기 이 문제를 들고 나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계속 생각해 오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당.청 간의 다른 문제로 확대해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본래 취지와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참모들은 (자료 배포를) 만류했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지난 총선 당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정책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측근은 "당 지도부에 대한 조언으로 봐 달라"며 청와대와의 갈등설로 번지는 것에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신기남 의장도 "당이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젖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내 일각에서 당.청 관계를 '이유기(離乳期)'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신 의장은 "책임여당으로서 청와대와 토론하러 가는 것"이라며 "(지금의 당.청 관계는) 수평적 리더십의 정치행태"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