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공이 러프 지역에 떨어졌더라도 무성한 풀 위에 떠 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공을 사뿐히 걷어올려 칠 수 있어 뒤땅을 자주 치는 사람들에겐 편할 수도 있지요. 대부분 금잔디가 빽빽하게 잘 자라 있는 한국의 골프장에서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더라고요.
*** 한타 잃는다는 각오로
하지만 풀 더미 아래로 공이 가라앉아 있을 경우엔 얘기가 확 달라져요. 특히 버뮤다나 벤트 그래스를 채택한 미국의 골프장에서는 공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지 못했을 경우 거의 그런 일이 벌어진답니다. 공이 풀잎 위에 떠 있지 않고 푹 빠져 있는 상황이지요. 그 경우 사진A처럼 풀이 길지 않다 하더라도 풀 줄기가 너무 질겨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요.
당연히 샷을 하는 방법도 달라져야겠지요. 핵심은 클럽헤드가 가능한 한 풀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코킹(손목 꺾기)을 빨리해 가파른 스윙을 만드는 게 요령입니다. 클럽을 평소보다 업라이트하게 들어올린 뒤 찍어치는 기분으로 강하게 내려쳐 최대한 단거리로 공을 때려내는 거지요.
따라서 클럽도 가급적 로프트가 큰 숏 아이언을 사용합니다.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아 있더라도 짧은 아이언을 잡아 러프를 안전하게 탈출하는 게 우선이랍니다. 풀이 길다면 남은 거리와 관계없이 샌드웨지를 잡는 것도 요령이에요.
*** 평소보다 그립 단단하게
쓸어치는 스윙이 필요한 롱 아이언이나 우드로는 풀 속에 묻힌 공을 결코 쳐낼 수 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클럽이 풀에 감기면서 정상적인 스피드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제 거리를 낼 수도 없답니다.
욕심은 금물이에요. 예를 들어 목표지점까지 5번 아이언을 잡아야 할 거리라면 한 타를 손해본다는 마음으로 7~8번이나 더 짧은 아이언으로 탈출하는 겁니다. 그리고 난 뒤에 웨지샷이나 퍼트를 잘해 손해를 만회하는 게 현명한 일이지요.
샷을 하는 요령도 중요해요. 사진B처럼 어드레스 할 때의 모습대로 손목을 유지하면서 임팩트를 하는 거예요. 임팩트 직후까지도 그 모양을 유지하도록 하세요. 그래야 잔디의 저항으로 인한 클럽헤드의 흔들림을 가급적 막을 수 있어요. 왼팔과 손목에는 평소보다 힘을 더 주고 그립도 단단하게 잡아야 해요.
평소처럼 샷을 했다가는 클럽헤드가 풀에 감겨 사진C처럼 팔과 손목이 뒤틀리는 경우가 생긴답니다.
그러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거나 코앞에 떨어지는 일이 바로 벌어지지요.
러프에서는 욕심을 버리는 게 상책입니다. 러프 지역의 풀을 가볍게 보고 그냥 강하게만 때리려다가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스코어를 잡치게 되기 십상이에요. 프로들도 마찬가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