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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 기자의 팩션 인터뷰] “망원경 발명도, 천체 관찰도 내가 처음은 아니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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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14면

갈릴레이가 스케치한 망원경으로 관측된 달의 모습.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에 전 세계에서 천체 망원경만은 많이 팔릴지 모른다. 올해는 유엔이 선포한 ‘국제 천문의 해’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망원경으로 달과 목성의 위성들을 관측한 지 40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을 기념해 올해가 ‘국제 천문의 해’에 선정된 것이다.

오늘 생일 맞은 ‘근대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오 갈릴레이

갈릴레이는 근대역학과 실험물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아예 근대과학의 아버지로 더욱 비중 있게 보는 평가도 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발명된 망원경을 개량해 달 표면은 평평하지 않다는 사실, 은하수는 많은 별로 이루어져 있고, 목성에 위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태양의 흑점, 토성의 띠 등도 관측했다.

학자로서 승승장구하던 갈릴레이는 그러나 코페르니쿠스 체제에 대한 그의 지지가 원인이 돼 1633년 이단 유죄판결을 받았다. 1992년 교황 바오로 2세는 교회가 갈릴레이를 단죄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교회의 잘못을 인정했다. 1990년 당시 추기경이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갈릴레이 재판은 당시 상황으로서는 정당한 것이었으며 갈릴레이 시대에 교회는 갈릴레이 자신보다 이성에 충실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는 갈릴레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국제 천문의 해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1월 29일 바티칸은 갈릴레이가 ‘과학 연구의 결과와 그리스도교 신앙을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신앙인’이라고 공식 문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15일은 그의 생일이다. 가상 인터뷰 형식을 빌려 그가 불러일으켰으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 신앙과 과학을 충돌한 논란을 조명해 봤다.

-‘국제 천문의 해’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계 전역에서 130개국이 이번 행사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우주는 당신의 발견을 기다립니다(The Universe, Yours to Discover)’라는 행사의 공식 슬로건도 맘에 듭니다. 모든 진리가 일단 발견하고 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일단 진리를 발견하는 게 관건이지요. 아직 우리는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제 천문의 해’가 연속성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워낙 유명하시기 때문에 갈릴레오라는 이름을 곳곳에 붙이고 있는데요. 알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이탈리아 피사에 갈릴레오 갈릴레이 국제공항이 있습니다. 물리에서 가속도의 단위인 갤은 갈릴레오라고 하기도 하지요. 갈릴레오는 또한 유럽연합에서 개발하고 있는 위성항법시스템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도전하는 시스템이죠.”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이 우리에게 이성과 지성을 주신 이유는 이를 사용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과 지성을 사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과학활동이 생겨납니다. 성령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은 하늘나라로 가는 방법이지 하늘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아니라고 봅니다. 나는 수학은 신이 우주를 창조하는 데 사용한 언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한 말에 동의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과학은 종교의 오류와 미신을 정화할 수 있으며 종교는 과학을 맹신과 잘못된 것을 절대화하는 것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과학과 종교의 갈등에서 선생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나는 이단이라고 단죄되고 사망하기까지 9년간 가택연금 상태였기 때문에 나를 과학의 순교자처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과학에 공헌한 것이 많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우주의 창조주가 이성적인 존재라는 믿음, 창조물들은 법칙에 의해 운동한다는 믿음은 과학 발전의 뿌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내 발견에 의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하늘의 천체(天體)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42년 전 마젤란이 세계일주항해(1519~22)에 성공함으로써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실증했습니다. 이런 발견들이 당시 사람들로서는 충격이었죠. 내 발견이 당시의 성경 해석이나 교회의 전통적 믿음과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한 것과 과학이 발견한 사실이 충돌하면 해당 부분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과학과 종교는 화해를 이루게 될까요.
“과학과 종교 간의 충돌은 계속되겠지만 나와 가톨릭 교회 간의 해묵은 갈등은 올해를 계기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이미 나를 신앙과 과학을 중재하는 일종의 ‘수호성인’으로 간주하는 가톨릭 고위 성직자도 있습니다. 사실 내게 신앙은 과학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내가 ‘주님의 창조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고 칭찬했습니다. 5월 26~30일에는 내가 주인공이 된 사건을 조명하는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됩니다. 18개 기관이 참가합니다. 가톨릭 성직자들도 참가하죠. 나는 이미 1992년에 요한 바오로 2세가 결성한 특별위원회에 의해 복권됐습니다. 내가 연루된 문제도 깨끗하게 사라지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바티칸에 내 동상을 제막하려는 계획이 취소된 것만 봐도 그렇죠.”

-일반인들이 선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어떤 게 있습니까.
“내가 망원경을 발명했다고 잘못 아는 경우도 있는데 망원경은 160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명됐습니다. 나는 1609년 망원경에 대해 들리는 풍문만 듣고 훨씬 강력한 망원경을 고안해 냈죠. 당시 최고 성능인 20배율 망원경이었습니다.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한 것도 내가 처음이 아니라 1609년 달을 관찰한 토머스 해리엇이라는 영국 사람이었습니다.”

-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는데요.
“내가 태어났을 때는 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나는 17세기 과학혁명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실험적 과학방법론의 발전에 공헌한 것으로 주로 기억됩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은 내가 지극히 꼼꼼한 기록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과학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자질입니다.”

-과학을 잘 가르치고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어떤 사람에게도 무언가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자신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자 자신이 과학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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