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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태풍 같은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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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3일 오전 9시28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순간풍속이 초속 20.1m에 이르는 돌풍이 몰아쳤다. 마치 태풍이 부는 것 같은 강한 바람이었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날 오전 7~10시 초속 10m 안팎의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강풍을 동반한 겨울비가 전국에 내렸다. 13일 오전 출근을 재촉하는 시민들이 우산으로 비바람을 막으며 서울 세종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기상청은 주말부터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당분간 겨울 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김상선 기자]


남해안은 바람이 더 셌다. 경남 통영은 초속 32.2m(오후 2시2분)로 전국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불었다. 그 외 전남 목포 초속 26.5m(오전 8시6분), 경남 양산 27.8m(오전 8시23분)였다. 통상 초속 17m가 넘는 바람이 넓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불면 태풍으로 분류한다. 이날 강풍은 계속 불지 않아 태풍으로 보기는 어려웠지만 순간 강도는 태풍과 다름없었다.

이날 강풍은 북한을 통과하는 저기압과 일본 남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의 합작품이었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저기압과 고기압에서 불어온 바람이 남한에서 합쳐져 강한 바람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쪽에서는 저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공기와 만나면서 한랭전선을 형성했고 이 과정에서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공기층 아래를 파고들면서 바람이 거세졌다.

반대로 남쪽 고기압 주변에서는 바람이 시계 방향으로 불었다. 이 고기압이 북쪽의 저기압과 만나 큰 기압 차이가 생기면서 강한 바람이 생겼다. 이 바람이 북쪽에서 온 바람과 만나 한반도를 강타한 것이다.

김 통보관은 “저기압과 고기압이 톱니바퀴처럼 마주 돌면서 강풍을 만들어낸 셈”이라면서 “북쪽의 저기압 세력이 평소보다 폭넓게 형성된 게 강풍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저기압 가장자리에 든 서울과 경기북부, 강원북부엔 20~50㎜, 남해안에도 30~50㎜의 비가 내렸다.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은 편이었으나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가뭄이 극심한 강원도 태백 지역에는 강수량이 매우 적었다. 기상청은 기압골이 통과하면서 기온이 점차 낮아져 일요일인 15일 아침 서울지역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지고 당분간 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기 무더기 결항, 어선 좌초=13일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제주·부산 등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6시20분 김포발 제주행 KE1201 편을 시작으로 김포~제주 54편, 김포~부산 63편, 김포~울산 20편 등 총 225편이 결항했다. 이날 운항 예정이던 국내선 290편 중 80% 가까이 발이 묶인 것이다.

특히 제주국제공항에는 강풍 경보와 함께 ‘윈드 시어(wind shear·상층부 돌풍)’ 경보가 발효돼 국내외 항공 150편이 무더기로 결항됐다. 또 제주도 모든 해상에 풍랑경보가 내려져 제주와 뭍을 잇는 6개 항로 12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는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를 위해 설치된 천막 280채 가운데 40채가 강풍에 파손돼 풍류한마당 등 일부 행사가 취소됐다.

초속 14∼18m의 강풍과 3∼4m 높이의 파도가 몰아친 부산 앞바다에서는 정박 중이던 파나마 선적 시멘트 운반선 치어칸다호(4100t)가 좌초했고, 같은 국적의 컨테이너선 베스트폴드호가 떠내려가다 해경에 구조됐다. 이에 앞서 송도혈청소 앞 900m 해상에서 2500t급의 토사운반선 삼신 3501호가 침수됐다.

전남 여수·흑산도·홍도 등에도 강풍경보가 내려져 49개 노선 72척의 연안 여객선이 모두 발이 묶였다.

 강찬수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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