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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공화당 의원 “오바마와 이견 많아” 상무장관직 반납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상무장관에 지명됐던 공화당의 저드 그레그(61·뉴햄프셔주) 상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장관직을 반납했다. 그레그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상무장관직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법안과 상무부가 주관하는 2010년 인구센서스 실시 등의 이슈는 나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었다”며 “장관직을 받아들이기 전에 이견이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지만 불행하게도 적절히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레그는 그동안 경기부양법안을 ‘과다 지출’로 보는 공화당과 견해를 같이했다. 인구센서스 문제도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색 인종이 대거 참여할 가능성이 커 공화당 측에 불리하게 선거구 획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 왔다. 그레그는 “30여 년 동안 나 자신의 견해에 따라 일해 왔던 사람으로서 ‘그들의 정책’을 추진하 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미국 내 여론은 그레그의 경솔한 처신을 비판하는 쪽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그레그도 내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파장은 고스란히 오바마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됐다. 상무장관 자리만도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 낙마인 데다 정치적 스승인 톰 대슐 보건장관 후보자까지 물러나는 등 고위직 인선의 거의 절반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그레그의 사퇴 이유가 개인적인 스캔들이 아니라 오바마 정부와의 정책적 견해차라는 점에서 오바마의 초당적 국정 운영 방침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제 다시 공화당 인사를 중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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