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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삐딱해서 통쾌한 ‘파격’ 조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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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왕을 참하라 상·하
백지원 지음, 진명출판사
468·487쪽, 각 1만1900원

조선의 역사에 관한 책이나 역사책은 아니다. 지은이가 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거나 번듯한 논문 또는 학위가 없다는 의미에서는 아니다. 사실을 들고 의미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쓴 역사에세이 모음에 가까워서다.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란 부제처럼 시각은 삐딱하고 서술은 파격적이다.

조청전쟁(병자호란) 당시 조선 인구는 800만~900만 명이었고, 만주의 후금은 겨우 인구 50만~60만 명의 신흥소국이었다. 그런데도 무능한 임금 탓에 붙으면 붙는 대로 깨졌단다. 큰 길에서 30~40리씩 떨어진 산성에 병력을 배치해 싸움다운 싸움을 한 번도 못해 보고 임금이 항복한, 정말 세계사에 쪽팔리는 전쟁이었다는 얘기다.

이순신 장군의 ‘거품’을 깨는 이야기도 있다. 우선 23전 23승이 허구란다. 제대로 한 해전은 3번쯤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전함의 전력의 차이 덕분이었다고 한다. 조선 전함의 함포는 유효사거리가 500m가 넘은 반면 일본 수군의 주무기인 조총의 유효사거리는 100m 정도였다든가 삼나무로 만든 일본 함선은 소나무로 건조된 조선 판옥선에 부딪치면 와르르 부서졌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조선은 조일전쟁(임진왜란) 후, 늦어도 영·정조 시대가 끝날 무렵 망했어야 한다는 당찬 소리까지 한다. 지은이는 조선 왕 27명 중 명군은 세종· 정조 2명, 밥값을 한 왕이 광해군 등 5명, 죽값을 한 왕이 성종 등 2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18명의 왕들은 얼뜨기, 멍청이, 소인배, 덜 떨어지고 모자란 무능한 임금이었다고 모질게 평가한다. 그리고는 재임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제23대 허수아비 순조, 그리고 조선의 숨통을 막아버린 요망한 암탉 정순왕후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등 소제목부터 여느 역사서와는 영 딴판이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읽은 소설로 도배된 조선 역사책일랑 책장에다 꽂아 놓으라”고 자부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후련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도 보여 ‘참고서’로 읽을 만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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