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유통비리…중간상 거치며 가격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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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도구리시 농민으로부터 대파를 평당 3천원 (한단 2백50원 내외) 꼴로 밭떼기 구입한 수집상 金모 (47) 씨는 가락시장 중도매인 裵모 (45) 씨에게 1단에 8백원도 채 안되는 가격으로 넘겼다.

장부상 경매가는 9백20원. 裵씨는 이를 잘 아는 도매상에 1천원에 넘겼다.

그뒤 가락시장내 6~7명의 중간상 (하매인) 을 거쳐 소비자들이 살 때는 산지가격의 6배인 1천5백원이 돼 있었다.

당초 상장경매를 통해 생산농가엔 적정수익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던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폭등의 주범은 무엇보다 복잡한 유통단계. 채소의 신선도는 날씨등 주변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아 가격 등락폭이 심하다.

그만큼 위험요소도 높아져 대량으로 구입하는 중도매인의 경우도 적정이익이라고 판단하면 다른 상인에게 팔아치운다. 다른 상인도 마찬가지여서 채소마다 이 과정을 6~7단계 거치다 보면 산지가격의 몇배가 된다.

중도매인등 상인들이 가격정보를 독점, 농민들이 경매를 회피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수집상에게 마늘을 ㎏당 1천4백원에 팔았다는 김희철 (金熙喆.47.전남무안군현경면) 씨는 "지난해 큰 마음 먹고 경매에 참가했는데 같은 품질을 놓고 상인들 것이 더 비싸게 경매되는 것을 본 뒤 경매는 아예 포기했다" 고 말했다.

농민들이 채소류를 운반할 재력이 없다는 점도 탈법거래를 부채질한다.

대파 농사를 짓는 鄭순녀 (58.여.경기도남양주시일패동) 씨는 "대파 1트럭분인 1천단을 팔아도 30만원 남기기 힘들다.

인건비.수송비.구전비등으로 거의 다 들어가기 때문에 차라리 밭떼기가 편하다" 고 말했다.

실제 수집상들도 산지에서부터 가락시장 중도매인에게 넘길 때까지 인건비.운임.하차비.청소비등 명목으로 단당 3백40원꼴을 지급한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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